■ 경영특강 |‘잘 듣기 훈련이 필요하다’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말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들으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TV가 라디오가 신문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정보에 귀와 눈을 여는 대신 사람들은 그렇게 습득한 정보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그걸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말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심리치료는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걸로 시작한다. 문제를 간지럽혀 제 입으로 내뱉게 하는 자체가 치료인 것이다. 이때 의사의 역할은 그저 이야기의 방향을 잡아가며 잘 들어 주는 게 전부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듣는 것일까. 이를테면, 이야기의 전후관계를 살피고,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 가끔씩 질문도 섞고, 또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화자에게 알리기 위해 중간 중간 들은 바를 되짚기도 하는 적극적인 듣기가 아닐까? 집중도가 높은 데다 적절한 배려까지 필요로 하는 이런 적극적인 듣기에는 다음의 조건들이 달려 있다.

■자신의 의제는 일단 제쳐둔다.
■말 자체가 아니라 메시지를 듣는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간간히 들은 것을 되짚는다.
■너무 열심히 듣기보다 화자와 호흡을 같이 한다.
■성급한 가정을 피한다.
■상대가 아직 말을 끝내지 않았는데 무엇을 말할지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듣고 파악한 내용을 종합해 대화 중 기회를 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진지한 듣기라면 아주 괜찮다. 말하는 이가 신을 낼만하다. 환자들은 병원의 의사나 스탭들이 자신의 얘기를 성심껏 들어주는 것에서 감동을 느낀다. 막연히 어려울 것으로 여겼던 의료진이 저 위 몇 계단을 내려와 자신과 키를 맞춘 듯 느끼게 된다. 환자에게 그런 믿음을 주어서 나쁠 일이라도 있는가. 좋은 줄은 알지만 일일이 환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무와 행정과 업무상의 절차로서만 말하고 듣지 않기를 바란다.

화자에게 던질 10가지 질문
사무적인 친절을 사람들은 자주 접한다. 백화점에서 호텔에서 음식점에서 그 밖의 다른 장소에서 고객이란 이름으로 받게 되는 이런 친절은 미소와 공손한 말씨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인격체로서의 나에게 주는 관심이기보다 고객을 상대로 그들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 가운데 예정에 없는 고객이 끼어드는 걸 그들은 원치 않는다. 따라서 자신이 하기로 되어 있는 이상도 이하에도 관심이 없다.
코칭이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진지하게 듣고 난 다음 단계를 의미한다. 얘기 가운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 적절한 조언을 들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코칭을 위해선 잘 듣는 것은 물론 요점이 무엇이고 뭐가 문제인지를 분석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화자에게 적극적인 질문을 던져 확인할 것을 확인하고 짚을 것은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경우에 필요한 기본질문들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어떤 결과를 원하는가?
2. 그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주겠는가?
3. 당신은 이미 무엇을 시도했는가?
4. 이것이 우리 희망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5.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6.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7. 다른 방법은 없는가?
8. 과거에 당신에게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가?
9. 여기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10.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결과를 원하는가?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물음들은 듣는 이가 화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 같은 것이다.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고 어떻게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병원의 격을 높이는 방법
이런 자세는 궁극적으로 좋은 관계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결국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들어야 할 때 들을 줄 아는 참을성이 자기 자신과 병원의 격을 높여주는 것이다. 바쁜 데스크를 독차지하고선 뻔한 얘기를 묻고 또 묻는 환자도 있다. 통상적인 어법에 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자들도 있다. 막무가내로 무슨 피해의식 같은 걸 내비치는 환자도 있다. 피하지 말라. 똑바로 그들을 대해 무엇이 불만이고, 원하는 게 무언지, 결과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지 분명하게 들어보도록 하라. 그리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그들에게 주라. 이것이 결국 환자들의 불만을 줄이는 길이며, 동시에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좋은 느낌을 가지기가 쉽다. 자기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타인과의 긍정적 의사소통은 언제나 스스로에 대한 좋은 느낌에서 출발한다. 이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칭찬하는데 인색치 말라. 아무도 당신의 성과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칭찬하라. 그리고 한 발 물러나 기분 좋은 순간을 자축하듯 맛보라.
사람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무관심한 대상으로 취급받는 일이다. 환자들도 당연히 그런 느낌을 갖는다. 그러므로 환자를 일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량 서비스이며, 환자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대하는 것이 정말 좋은 서비스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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