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인터뷰 경희대학교동서신의학병원 이성복 교수

“어릴 땐 육상선수가 될 줄 알았죠. 지금은 무릎이 약해 운동을 못하게 됐으니 아마 내 길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사진을 잘 찍는다 해서 찾아간 이성복 교수에게 들은 뜻밖의 고백이다. 어려서부터 달리기를 잘 했고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중고등학교 시절 육상부 활동을 했었단다. 대회에 나가면 중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실력이었는데, 아버지 반대로 그만 뒀다는 설명. 결국 외삼촌의 권유에 따라 진로를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으로 정해 지금은 손꼽히는 보철임상가로 우뚝 섰다.


대신 또 다른 취미인 사진은 아버지 때문에 배웠다. 사진 마니아인 아버지가 고가의 장비인 롤라이플렉스 중형카메라를 선뜻 내주었던 것.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큼직한 롤라이를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찍기 시작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취미인지라 초등학교 소풍 때 들고 가서 사진사 노릇을 하면 친구들은 ‘별난 녀석’이라며 오히려 놀리곤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사진의 테크닉은 중학교 때 다 마스터를 했죠. 워낙 찍어대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어요.”


어린시절 취미는 진로를 선택한 대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DAPO라는 사진동아리를 선후배들과 만들어서 활동했는데, 실력 면에선 당연히 독보적이어서 주로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현재도 DAPO의 지도교수를 맡아 새까만 후배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중이다.
이성복 교수는 주로 직업에 관련된 작품에 관심을 갖는다. 멀리 출사를 나가는 시간을 아끼는 의미도 있고, 일상의 모습을 예술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흔한 풍경도 어떻게 포착하느냐에 따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진에 관한 한 재야의 고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사용하는 장비는 동호인들이 무난하게 쓰는 캐논 20D다. 더 좋은 장비를 쓰고싶은 욕심도 없고, 아직은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사진이 그에게 단지 취미로만 그친 것은 아니다. 1991년 일본 유학시절에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그의 사진실력이 큰 보탬이 됐다. MRI를 비교하는 작업을 해야 했는데, 2000만원 가까이 드는 암실작업을 그가 직접 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임상가로서 학술강의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발표를 슬라이드로 하던 시절엔 특히 그의 사진이 진가를 인정받았더랬다. 요즘은 시대가 변했으니 파워포인트를 쓰는데, 슬라이드로 찍은 것을 스캔 받아 편집해서 쓴다. 프로그램이 나온 초창기부터 사용해 이미 10년 경력의 파워유저가 됐다. 임상실력만큼이나 강의실력에서도 일가를 이룬 셈이다.


이성복 교수는 임상사진 촬영이 흔해졌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급적 포토샵에서 보정을 하지 않도록 원본 촬영에 신경쓰라는 것이다. 개인 보관용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학술저널에 발표할 때는 단순한 색 보정이 임상사례의 왜곡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상사진을 오래 찍다보면 시술 때 발견하지 못했던 실수와 개선점을 알 수 있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사진 찍는 치과의사들에게 전하는 그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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