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고 연봉 높다고 한탄 말고 제대로 활용하라”

연봉 조정이 많은 연말이다. 구성원들은 근속연수가 늘고 연차도 쌓이니, 급여가 조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짙다. 물가상승률도 감안하면 급여가 오르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연봉조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급여가 올라가면 그만큼의 효율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게 경영이다. 환자와 관계, 업무 숙련도 등 장점을 극대화 시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일부 직원은 이맘때만 되면 원장도 안하는 갑질을 하기도 한다.

치과 진료실서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연차들이 오히려 퇴사하기 일쑤다. 원장과 안맞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실장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많다. 치과입장에선 미칠 노릇이다. 일도 같이 안하면서 잔소리와 시키는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다.

뭔가 새로운 시도로 열심히 해서 올라가기도 해야 하는데, 딱 버티어 자기 뜻과 맞지 않으면 할 필요 없다고 잘라버리니 비전이 없다는 이유는 덤이다.

조선시대 코끼리가 생각난다. 너무 많이 먹어 슬픈 짐승이 되어버린 코끼리.
어느 날 일본 국왕 원의지가 사자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다.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동물이다. 명하여 이것을 사복시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 5두씩을 먹어치웠다.

실제로 실록에 등장하는 코끼리 이야기다. 정3품 벼슬을 지낸 적이 있는 이우라는 양반이 코끼리를 보겠다며 사복시를 찾아왔다. 기록에 의하면 이우는 코끼리의 모습이 추하다며 비웃고 침을 뱉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코끼리는 그만 이우를 밟아 죽였다.

1413년 병조판서 유정현이 임금에게 청하여 사람을 죽인 코끼리는 전라도 어딘가로 귀향을 보내진다.
그러자 그 지역 지방관은 “코끼리라는 게 유익되는 점이 없거늘, 지금 도내 네 곳의 변방 지방관에게 명하여 돌려가면서 먹여 기르라 하였으나, 폐해가 적지 않고 도내 백성들만 괴로움을 받게 되니, 청컨대, 충청·경상도까지 아울러 명하여 돌아가면서 기르도록 하게 하소서”라며 상소를 올린다.

한마디로 전라도만 애먹는 것이 억울하니, 옆 동네들과 고생을 나누게 해 달라는 청이었다.  유익한 게 없이 하루에 쌀 두 말, 콩 한 말씩을 먹어치우니 그럴 법도 하다.

서로 키우기 힘들다 상소를 올리니 “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이를 내어놓고,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는 명을 마지막으로 코끼리의 이야기는 사라진다.

조선시대에 너무 많이 먹어 감당이 안 되는 짐승 코끼리. 그 코끼리는 높은 연차와 나이만큼 연봉은 높은데, 공부하지 않고 지금껏 해온 습성대로 자기방식만 고집하는 일부 실장과 무엇이 다른가.

근속연수가 높으니 해고도 쉽지 않다.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퇴사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료에 집중하는 원장보다 치과 살림은 더 잘 안다. 그동안 함께 해왔으니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비전이 없다고 직원 나가면 또 그 자리를 메꾸어 주는 사람은 실장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오래된 실장 때문에 좋은 직원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나고, 구인이 쉽지 않으니 그 자리 또한 실장이 감당해주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 고리로 치과를 경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년 실장에게 제안서를 요구해 보라. 직원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스스로 제시해 달라고 하든지, 매출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고인 물은 자신이 썩어 가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물이 주입되었을 때 비로소 썩었음을 인식하곤 한다.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안정감에 도취되어 있지 말고 원장이 함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거창한 명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아주 작은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실장뿐만 아니라 모든 스텝이 제안서를 제출하게 하고 채택된 제안서는 실행방안을 다 같이 고민하여 제안자의 주도하에 실행하게 하라. 그리고 실행 전과 후를 비교하여 사소한 변화라도 이루어지고 고객과 직원들 모두 좋은 문화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면 반드시 그 직원에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만약 코끼리를 기르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길들여 물건을 나르게 하거나 힘쓰는 일에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너무 많이 먹어 슬픈 짐승 코끼리’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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