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올지 모르는 고객 위해 이미 온 고객에게 불편 강요해선 안돼

동네서 꽤 잘한다고 소문이 난 파스타집을 지인과 함께 찾았다. 식당에 막 들어가니 소문대로 손님은 많아 보였다. 분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조금 늦게 2시쯤 찾았음에도 식당은 아직 손님들이 많았다.

벽 쪽으로 좁은 2석 테이블과 막 손님이 일어나고 있는 4석 테이블이 비어 보였다. 좀 기다려식탁을 치운 후 4석 테이블에 앉겠다고 종업원에게 말했더니, 2명이니 2석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보조 의자도 없고 가지고 간 가방과 서류들을 딱히 놓을 때가 없어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그냥 나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배도 고프고 다른 곳을 찾기도 번거로워 그냥 앉았다. 보조 의자를 놓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이마저도 없다고 답한다.

다시 한 번 4석 테이블로 옮기고 싶다고 하니 직원은 손님 3분이 올수도 있으니 그 자리는 좀더 비워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보기엔 다른 테이블도 이미 식사가 막바지여서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식사가 나와 그냥 먹기로 했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내내 불편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는 중간에 거의 모든 테이블이 비기 시작했다. 처음에 치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던 4석 테이블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계속 비어있었다. 결국 오지도 않을 손님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식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식사 마치고 계산할 때 ‘예약석도 아니고 언제 올지도 모를 손님 때문에 미리 온 손님이 불편해서야 되겠느냐’며 직원에게 밥 한 끼의 의미를 물었다. 직원은 대답하기 어려운 눈치였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직원은 ‘항상 손님이 많다보니 2명은 2인석 테이블로 안내하는 게 원칙’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 답변을 듣고 나는 오지랖 넘게 ‘나의 밥 한 끼 의미’를 알려주었다.

“나는 편안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힘든 시간들을 견딘다, 그래서 한 끼를 먹더라도 식사만큼은 편안하게 앉아 먹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언제 올지도, 혹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손님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이미 온 손님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요구는 쉽게 동의되지 않았다. 식사시간 내내 마음도 불편했다. 다음엔 이미 온 손님을 먼저 편안하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식당 운영을 하면 좋겠다고 전달하고 식당을 나왔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사장이 와서 모자를 벗고 ‘죄송하다, 직원이 융통성이 없었던 것 같다’고 사과 했다. 하지만 불평이라는 것은 듣는 사람도 힘들지만 이를 지적하고 말하는 사람도 결코 편안하지가 않다.

그 불편의 시간이 우리 치과에는 없을까. 예약환자를 위해 아파서 급하게 내원한 환자를 그냥 돌려보낸 적은 없을까. 오지도 않을 신환을 위해 구환약속 시간대를 임의대로 변경한 일은 없을까.

시간이 많이 할애되는 예약이 잡혀있을 경우 아직 환자는 오지 않았지만 약속 없이 온 환자에게 우리는 어떻게 응대하는가. 예약환자가 있어 진료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너무 쉽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문해보고 싶다.

환자 응대는 융통성이다. 환자진료시간 배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예약환자라도 정시에 맞추어 올수도 있지만 조금 늦게 오거나 일찍 오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예약환자가 있어 조금 기다릴 수 있다고 응대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예약환자가 늦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까지 생각한 응대가 더 바람직하다. 예약환자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이미 와 있는 환자에겐 그러한 멘트가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선 대기실은 비어있는데 잠깐 봐줄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예약환자는 있지만 되도록 빠른 진료를 위해 노력하겠다거나 시간을 물어보고 예약환자와 함께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응대가 필요하다.

원칙은 그 목적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세워져야 한다. 예약환자 우선순위가 원칙인 이유는 치과진료의 특성상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이 있으니 미리 준비하고 약속을 지킨 환자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이미 내원한 환자가 10분 후 내원할 환자의 수술예약을 위해 일단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내원하여 수술하기 전 마취까지 고려할 때 20분 정도의 시간이 있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처치 할 수 있는 시간은 된다. 만약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진료라면 그때 다음 예약을 도와드리면 된다.

원칙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진료실 상황을 점검하고 진료원장과 소통하여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그 중심엔 예약환자 미리 방문한 환자 모두의 편의를 고려한 응대가 당연하다. 이같은 응대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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