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날 월급주고 시간외근무 수당으로 보상하는 게 ‘고맙다’는 의미

너무 힘들어 그만두겠다는 직원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중 이유가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할 때는 참으로 당혹스럽다.

직원은 시간이 오버되어도 고마운 줄 모르고, 진료시간에 할 수 없는 일을 남아서 할 때도 많고, 한 달에 한번은 보험청구 때문에 휴일근무 나오기도 하는데 당연한 것으로 알고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처음 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는 태도가 더없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징징대지만 않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고 앞으로도 함께 가고 싶고 열매도 나누어 갖고 싶어진다.

그러나 좀 냉정하게 다른 각도로 보자. 그렇게 일을 하니 치과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다. 경영자와 직원은 엄연한 계약관계다. 치과라고 다르지 않다. 정서적으로 서운하다는 전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직원이 출근하여 월급을 받지 않고 무료봉사한다면 매일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상호합의에 의해 정해진 월급을 준다는 것 자체가 열심히 일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영자는 직원이 월급 이상의 노력으로 치과에 도움이 되었다면 이를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보상해 주고 있는 것이다.

치과 구성원들이 환자에게 치료를 해주는데도 고마운 줄 모른다고 하소연 해서는 안되는 이유와 같다. 고객과도 엄연한 계약관계다. 치료를 잘하겠다는 전제조건하에 고객은 비용을 지불한다.

우리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돈을 지불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먹는 것과 내가 아픈 곳을 치료받는 것은 행위의 경중으로 보면 다르지 않다. 우리는 아무리 맛있는 밥을 먹어도 몇 번이고 맛있는 밥을 먹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식당주인 또한 감사한줄 모른다고 불평하는 경우는 없다. 그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매번 애쓴다, 고맙다, 할 수는 없다. 물론 그때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함께하니 좋다고 표현하면 좋겠지만 표현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직원은 연봉은 올려주지 않으면서 힘든데 견뎌줘서 고맙다는 말만으로 일할 수 있을까. 알면서 연봉은 올려주지 않는다고 서운하다고 할 게 뻔하다. 많은 구성원들이 가족 같은 치과였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건 말 뿐이다. 가족이니까 월급이 늦어져도 이해해달라고 말한다면 인정이 되겠는가.

결국 경영자와 직원의 좋은 인간관계는 기본 계약에서 시작된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무규정과 적절한 인센티브, 합리적인 수당책정, 이런 점이 제대로 이행되는 게 먼저다. 매번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가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 일상을 일일이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관심받고 싶은 욕구일 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고 있어도 그게 일이 되는 순간 힘들기 마련이다. 하물며 직장생활이다. 규칙적인 출퇴근, 주어진 시간에 수행되어야 하는 일의 양, 아픈 환자를 상대로 하는 건 이미 고통이 전제되어 있다.

진료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많다. 원장도 혼자하기 어려우니 직원이 필요한 것이다. 직원들은 연차별로 수행해줘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모든 현상마다 고맙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적절한 연봉을 서로 조율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이미 서로 필요에 의한 관계다. 실수마다 돈으로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데 경영자가 매번 고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에서 농부아저씨의 고마움에 대해 배운다. 농부가 벼농사를 지어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부모가 돈을 벌어야 그 쌀을 살 수 있는 것보다 근원적인 농부아저씨의 고마움에 대해 배운다. 우리가 먹는 밥이 여러 사람의 수고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은 학교가 아니다. 경제 활동하는 나이가 된 지금 이 근본적인 감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원초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영자와 근로자는 계약관계다. 계약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면서 감사하다, 고맙다 매번 말하지 않는 것처럼 진료 받는 환자가 비용을 지불했다면 매번 고맙다 말하길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함께 일하며 생일도 챙겨주고 가끔은 회식도 하고 서로 힘들게 일하는 것을 듣고 나누고 있지 않은가. 급여가 정확하게 입금되었다면 그건 고맙다는 의미다. 시간외수당이 계산되어 지급된다는 것은 늦게까지 일해 줘서 감사하다는 뜻이다.

직원만큼 원장도 힘들다. 서로 조금 연민을 가지고 바라봐주고 상호 계약에 의한 협조적인 관계 안에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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