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누워 있거나 수다 떠는 장소로 이용해선 곤란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치과에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은 있기 마련이다. 유니트체어서 직원들이 잠시라도 쉬거나 자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점심시간 불 켜진 진료 체어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전화를 하거나 잠을 자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고 직원구하기 어려운 형편에 괜한 지적이라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 그냥 넘기곤 해왔다. 그러자 직원들의 진료 체어 사용 빈도수가 점차 많아진다.

휴게실서 쉬라고 했더니 누울 데가 마땅치 않고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 들어가지 않으니 좀 편하게 쉬고 싶다고 말한다. 직원은 잠깐 누워 쉬는 게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말 같다. 직원들 말처럼 점심시간은 쉬는 게 맞다. 잠깐 체어에 누워 있다고 망가지는 것도 아닐 수 있다. 틀린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그냥 허용하기엔 어딘지 찜찜하다.

의료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무형에서 출발한다. 서비스는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으며 형태도 없다. 고객에게 제공되어 인식되기 전까진 알기도 힘들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준비하는 그 순간부터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환자에게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최상의 서비스를 전하고자 한다면, 환자가 와서 진료 받는 체어에 그리 누워있지는 말아야 한다. 소독까지 정갈하게 마쳐놓고 먼지 하나 없는 청결함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서비스의 기본이다.

진료 체어는 환자의 공간이다. 우리는 진료라는 공통의 목적으로 치과에 모여 있다. 진료공간은 오롯이 환자를 위해 준비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체어 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담실이나 파우더 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담실에 모여 앉아 음식물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냄새와 외부서 내원한 환자가 느끼는 냄새의 정도는 확연히 다르다. 진료 시작 전에 잠깐 아침을 거른 직원들이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상담실서 먹는 행위는 옳지 않다.

진료의 당위성과 그 가치를 부여하는 곳이 바로 상담실이다. 상담실은 직원들이 음식 먹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결코 아니다. 여유 공간이 마땅치 않다 해도 환자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는 인식은 잊어선 안 된다.

제대로 진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10분 전 완전한 준비가 필요하다. 간혹 상담실이 마치 실장의 사적공간처럼 가족사진이나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들을 전시해놓는 경우도 보인다.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치과경영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진료공간과 부속실은 원장이 진료를 파는 곳이다.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원장의 프로필이나 성공한 진료 케이스들이 전시되는 게 맞다. 원장의 진료가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얘기다.

물론 환자와 교감을 나누다 보면 자신의 사생활을 언급할 때도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공감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해도 진료원장보다 더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 실장 눈치가 보인다는 환자의 말에 자신이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행동해서도 더욱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비스의 본질에는 권력이 없다.

진료하는 모든 공간이 환자의 공간이라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고 한다면 답답한 직장생활 견디기 힘들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보니 치과 인테리어 공사할 때 반드시 확보할 공간이 직원휴게실이다.

언제나 천덕꾸러기처럼 공간 중 남는 자투리 공간을 탈의실로 쓰던지 소독실 옆에 탁자하나 놓아 휴게실로 사용하는 예도 봤다. 수많은 균들의 집합소가 직원휴게실이라니 말도 안 된다. 잠깐의 휴식이라도 아주 편한 정도는 아니어도 직원들이 담소는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직원 휴게실 또한 처음부터 고려되어야 할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의료는 몸이 아프고 불편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다. 백화점서 옷을 팔거나 상품을 파는 것과는 다르다. 친절하게 웃고 상냥하게 말한다고 서비스마인드가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이 옷 하나 못 판다고 고객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치과에서 잘못설명하거나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환자의 결정을 유보하게 된다면 차후 건강한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그 출발은 고객이 머무는 모든 진료공간이 소중하다는 인식서 시작된다. 상담실은 원장의 진료가 가장 빛나게 설명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기는 게 중요하다.

또한 진료 체어는 청결하게 소독하고 환자의 고유공간으로 준비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비단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나의 드라마가 내 인생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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