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는 말의 가벼움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참고 견디고 버텨보려 했는데 도무지 자신이 나질 않아서 좀 더 수월한 곳으로 가고 싶어 톡 남깁니다”

“얼굴 뵙고 말씀드리는 게 맞지만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아 이렇게 문자로 대신합니다,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나 홀로 무단 퇴사하는 직원의 카톡 내용이다.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선 원장들이나 실장들이 한번쯤은 받아봤을 문자이기도 하다.

그 직원은 아침 7시 달랑 카톡 하나 보내놓고 출근하지 않았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죄송하고 혼자 퇴사한 것이다. 아침 7시 카톡을 남겨 놓은 것으로 보아 본인도 마음이 불편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모든 직장은 이런 곳인가. ‘죄송하다’는 말을 무한반복 하면서 ‘그 죄송함에 대한 책임은 왜 없는 건가’하는 자괴감이 든다. 누가 억지로 일하라고 잡는 사람은 없다. 입사 할 때도 그에 맞는 절차가 있듯이 퇴사 또한 절차가 있기 마련이다. 근로계약서는 그냥 폼으로 쓰는 게 아니다. 근로계약서에는 퇴사규정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무단 퇴사자들 대부분은 이후 전화도 안 받고 문자나 카톡을 남겨도 답변이 없다. ‘무단 퇴사자는 급여를 정산해주기 어렵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문자를 보내야만 연락이 온다. 다시 출근해 사직서 제출하고 퇴사규정대로 절차를 밟아 달라고 주문했다. 퇴사직원은 출근은 어렵고 잠깐 만나러 나오겠다는 답변만 한다.

출근이든 방문이든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근무 중 부당한 대우가 있었는지 물었다. 경영자가 부도덕하게 억압하거나 퇴사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는지도 질문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변하면서도 출근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저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렇다면 정상 출근하여 사직서 쓰고 퇴사일정을 서로 협의하자고 말했더니 ‘그건 정말 싫다’고 정색을 했다. ‘그럼 며칠 근무한 급여를 포기할래?’라고 묻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대다수 무단퇴사자들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끝낸다.

그렇다면 ‘직원은 무엇이 죄송한 걸까’라는 의문에 이른다. 이렇게 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데 진짜 알기는 알까. 카톡으로 말했던 부분만 무한 반복하며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만 처박고 있다.

직원의 그 모습을 보는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어리니까 저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못마땅함이 사라지진 않는다. 또한 이곳에서 쉽게 인정하고 넘어가면 그 직원은 다른 직장서도 혹은 앞으로 삶에서도 언제나 혼자 포기하고 혼자 퇴사하는 일을 무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나마 붙들고 이야기 나누는 이유다.

만약 월급만 축내는 직원이라고 생각했다면 경영자는 벌써 말했을 것이다. 어느 치과도 필요 없는 돈을 지출할 만큼 치과경영이 수월하지는 않다. 동료 간의 갈등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직원 스스로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알고 있다면 직원은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먼저다. 그러한 노력 이후에도 한계에 부딪혀 퇴사할 수밖에 없다면 정상적인 퇴사규정에 따라 사직하면 된다.

거꾸로 치과경영이 어려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하면 직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당수는 노동사무소에 부당해고로 신고하고 말 것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때는 해고수당도 달라고 할 것이고, 실업급여 받을 수 있도록 해고처리도 요구할 게 뻔하다.

30일 전 예고 없이 해고했음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영자가 이를 거부한다면 직원은 아마도 경영자에게 원칙과 법의 무거움을 강요할 것이다. 직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직원 또한 퇴사 일을 미리 고지하고 인수인계 정도는 철저히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소한 책임도 귀찮게 생각하는 직원이 하는 ‘죄송하다’는 말 속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겠는가. 죄송한 일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떠났다는 이유로 퇴사규정을 무시한 채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는 직원은 처음부터 동료가 될 수 없다.

수많은 사람 중 잠시라도 우리치과서 직원으로 혹은 동료로 맺어진 인연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좋은 인연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원장과 직원이 서로 절실할 때 입사를 결정하고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따라 서로 원칙을 지켜주는 문화가 아쉽다.

근무하는 치과서 불편해도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직원에겐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게 분명하기도 하다. 다만 퇴사의지가 있다면 솔직하게 미리 규정에 맞게 경영자에게 통지하고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절차에 따라 인수인계를 마치면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서로를 원장님 또는 선생님이라고 호칭해 왔다. 그 호칭에 걸맞는 행동이 이루어질 때 치과계는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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