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속임수는 경계대상 1호

오늘도 치과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환자의 사소한 불평부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직원의 실수까지 발생하는 사건도 다양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환자수가 많거나 직원 수, 원장 수에 따라 사건발생율도 비례하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해결하는 과정서 경영자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게 아쉽다. 경영자 스스로 눈을 감겠다고 작정한다면 모르겠지만 의도치 않게 의사결정권자가 장님이 돼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불평이 개선되지 않고 가끔씩 환자에게 “직원에게 얘기했는데…”라는 소리를 듣거나 아파서 못나온다고 전달받았던 직원이 전날 술 먹고 무단으로 결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곤 한다.

이 경우 직원과의 신뢰가 확보되어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또한 경영자가 알고 판단하는 것과 모른 채 넘어가 일이 사건화 되었을 땐 시시비비 가리는 것 자체가 이미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만다.

그런 시스템에서 조직의 성장을 기대할 순 없다. 치과에서 불평은 개선되고 문제점들은 적극적인 조율과 협의를 통해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이미 오래 전 데스크에 전달사항, 건의사항, 일일보고, 불평고객 보고 등으로 분류한 업무일지를 제본해 주었다. 진료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모든 크고 작은 사건을 보고 받는 일도 번거롭고, 진료 중에 바로 처리하다보면 신중하게 고려되지 못할 수 있어 장치가 필요했다. 또한 치과 문제점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기적으로 통계도 내다보면 개선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일들이 사후처리 후 파악되거나 환자의 불평을 통해서 알게 되는 일이 여전했다. 모든 고객에게 진료 받으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보는 것을 습관화시키고, 고객이 말한 그대로 적게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일이 개인미팅을 통해 다시 한 번 협조를 구해보기도 했다.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어느 날 고자질 하는 것 같아 그러느냐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직원은 보고하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자질 하는 모양새가 되면 직원 사이의 관계가 나빠질 것이고, 업무협조도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만약 고자질 하는 직원으로 낙인 찍히는 순간 자신은 왕따가 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직원이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은 개인의 사생활이니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무단결근은 근태의 문제이므로 사생활이 아닐뿐더러 고자질도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직원이 아파서 못나온다는 연락이 왔었다고 거짓말로 감싸주는 행동은 따뜻한 동료애가 아니라 거짓 업무보고일 뿐이다.

경영자가 추후 연락도 없이 직원이 무단결근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후일 직원이 정말 아파서 어쩔 수 없이 결근한다고 할 때 원장은 직원의 진실마저 의심하게 될 것이다. 신뢰가 무너져버리면 아픈 직원에게 다음날 출근할 때 병원 진료확인서 받아오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일일이 확인하는 불편함이 늘어날수록 조직은 신뢰를 위한 확인이 아니라 감시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환자 본인부담금 수납에 오류가 있을 때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추후 납부에 대해 고지한다면 ‘알았다’고 흔쾌히 받아줄 환자는 없다. 입력오류로 수납금 착오가 있을 때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몇 천원 받으려다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다음엔 실수를 줄이는 노력을 약속하고 이번엔 넘어가 주면 어떨지 경영자에게 보고한다면 경영자는 좀 집중하라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사건을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수납금을 확인하는 과정서 발견된다면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고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인지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서로 불행해지는 일이다.

매번 지각하는 직원을 거짓으로 감싸준다면 평소 지각하지 않는 직원은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된다. 매번 실수하는 직원을 그냥 넘어간다면 실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업무 중 스마트폰 보거나 인터넷 하는 것을 그냥 지나친다면 다른 직원도 똑같이 하게 될 것이다. 조직은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며 원칙을 지킬 줄 아는 곳이어야 한다.

결국 진료실에도 같은 업무일지를 제공했다. 처음엔 서로를 감시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영자의 눈을 속이는 것은 직무유기다. 책임지고 바로잡을 것 아니라면 사소한 것도 보고하는 게 맞다. 업무일지로 보고체계를 일원화 하는 것은 결국 그동안 직원들이 보고의 무게감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으로 보고되지 않고 원칙이 적용될 수 있게 개선하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믿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결국 신뢰하고 못하고는 직원하기 나름이다.

모르는 게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모르는 바보보단 알고 조율하고 개선함으로 더 발전시켜 얻은 행복감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필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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