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대답이 분노게이지 상승시켜

경영의 기본은 사람이다. 치과도 다르지 않다. 직원들에게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외우게 해도 그 이유가 공감되지 않으면 고객에겐 영혼 없는 응대에 불과하다. 제대로 잘 하려고 하는 노력이 없다면 교육은 그저 귀찮은 숙제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불평의 종류에 따라 응대의 융통성이 있어야 함에도 간혹 아무 생각 없이 방침만을 반복하는 직원도 있다.

“일단 오셔야만 한다니까요, 전화로는 비용을 설명드릴 수 없어요, 상태 보고 상담 받으면 됩니다” 등이 데스크 직원의 일반적인 전화응대다. 진료비 상담은 참으로 힘이 든다. 직원도 이를 잘 알기에 전화로는 가급적 비용을 얘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전화로는 얼마인데 막상 치과에 오니 비용이 왜 늘어나느냐’는 환자의 하소연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직원 입장에선 환자와 이러한 실랑이를 피하고 싶어 비용에 대한 전화상담은 피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환자는 ‘임플란트 얼마야, 금니 하나 씌우는데 얼마야’는 식으로 물어보기 마련이다. 나의 구강내 상태에 따라 치료비용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금니 하나 씌우는 비용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는 ‘가격이 얼마냐고’라는 우격다짐으로 무조건 비용만 알려달라고 하는 식이다. 환자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화응대하는 직원의 목소리에도 조금씩 감정이 실리기 시작한다. 이 경우 자칫 언쟁으로 비화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치과에서 전화로 치료비용 상담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환자의 구강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비용 얘기가 먼저 오고가면 나중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료는 공산품을 사고 팔듯이 전화설명만으로 비용을 책정하기가 어렵다. 치아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가격만으로 진료결정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비용이 전화론 얘기할 수 없는 기밀사항처럼 환자에게 인식되는 것은 옳지 않다. 치과에선 비용이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기밀이라고 교육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직원들이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원장님이 비용을 알려주지 말라고 했잖아요”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인식은 그야말로 전화로 환자를 몰아내는 셈이다. 목적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전화로 비용 상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에만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환자가 비용만 딱 꼬집어 물어 볼 경우 비용 이외의 다른 설명이 귀담아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용만 딱 꼬집어 얘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구강상태에 따라 비용은 변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설명하고, 내원 후 진단하지 않은 상태로 정확한 진료비용을 얘기하기 어렵다는 걸 호소하는 게 필요하다.

“문의하신 단순비용은 대략 얼마정도 책정되어 있지만 환자분 구강상태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환자분 구강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상담 받으시는 게 좋은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진단과 상담은 보험적용이 가능합니다, 예약해 드릴까요”라고 하면 된다. 환자와 논쟁할 이유는 없다.

‘원장이 하라는 대로 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마추어다. 중요한 것은 전화든 내원이든 진료동의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해서 동의율을 높이는 게 상담교육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는 단지 환자 응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치과를 운영하다보면 자신에게만 관대하게 원칙을 적용하는 예가 종종 있다.

연차휴가는 자신이 꼭 필요한 날 미리 신청서를 내고 진료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어 월요일 연차휴가신청서를 낸다. 토요일 여행을 가는데 일요일 늦게 올라오면 월요일 출근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이유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출근하고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월요일 연차휴가도 괜찮다. 그러나 유독 토, 월 등 샌드위치 데이나 주말을 끼어서 휴가를 내는 얌체직원이 있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연차휴가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특정직원 혼자만 근무하는 게 아니므로 직원들 사이에서도 미리 일정을 조정하여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전에 A직원이 주말을 붙여 휴가를 사용했으니 이번엔 B직원에게 양보하는 게 좋겠다’고 중재를 하려 할 때 ‘연차가 있어도 사용하고 싶은 날 마음대로 쓰지도 못 한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누구라도 그 직원이 너무 이기적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를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규정을 적용 할 때는 치과사정도 고려하고 직원들 사이의 형평성도 고려되는 게 맞다. 직원들 간의 문제이니 서로 조금씩 이해하면 될 터인데, 원장이 직접 연차휴가나 오프일을 조율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무엇을 요구 할 때는 그에 합당한 논리가 뒷받침되는 게 필요하다. ‘간식비가 없네, 다른치과는 해외여행을 보내주는데, 연차휴가를 왜 내 마음대로 못쓰네, 원장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야, 1년이 지났으면 연봉인상은 당연한거 아닌가, 환자가 먼저 소리 질렀다고, 차가 막혔다고’ 등 직원들의 핑계는 너무 다양하고 많다.

원장은 ‘내가 잘해야 직원들도 환자에게 잘하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자신에게만 관대한 일부 직원들의 핑계를 듣다보면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막막해지고 말 자체를 꺼내기조차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른 직원까지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치과서 나가줄래’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 그냥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교육 또는 규정은 한마디 말이나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그 취지에 맞게 이해하고 행동할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것이다.

‘내가 원장이라면, 내가 동료 직원이라면 그렇게 하겠니’라는 자문을 미리 해보는 것도 방법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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