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교정으로 해주세요” 진료 상품화에 담긴 함정

“클리피씨 교정 합니까”
“데이몬 교정이나 시크릿 교정도 가능 하죠”
“쁘띠 치아성형으로 하고 싶은 데요”

전화 상담이나 온라인 상담시 자주 듣는 질문이다. 교정진료는 진단 후 환자분의 구강상태에 따라 재료와 치료방식을 결정하는 게 순리다. 장기간 진료가 이루어지는 만큼 신중하게 추후 삶의 변화가능성과 환자 성향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투명교정이 유행이라고 해도 투명교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환자들은 마치 상품을 주문하듯이 “투명교정으로 해 주세요”, “쁘띠교정으로 해주세요”라고 한다.

소재와 재료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여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하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진료의 맥락이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할 만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교정만 해도 브라켓의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교정기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지지 않는다. 또한 환자의 협조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게 교정 치료기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치 클리피씨 브라켓을 붙여 교정을 하면 교정기간이 짧아지는 것처럼 광고하는 치과도 있다. 기존의 브라켓의 단점을 보완하여 심미적이거나 와이어를 묶는 방식을 개선했다고 해서 진료의 메카니즘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교정진료를 설명하며 브라켓의 종류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장단점이 있음을 상담하고 자신에게 맞는 교정방법을 결정하게 하면 된다.

그러나 마치 전혀 다른 진료인 것처럼 콤비교정, 데이몬교정, 시크릿 교정, 쁘띠교정 등 이름을 붙여 비용을 많이 산정하거나 진료의사가 그 분야의 전문의처럼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상품 사듯 주문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마치 그런 진료이름이 없이 진료하는 의사는 무능한 의사로 비춰지기도 한다.

또한 과도한 비용이 책정됨에도 비싸게 하면 더 가치가 부여되는 것처럼 심리를 부추긴다. 보여주며 설명을 해도 다 믿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하거나 지인에게 대놓고 전화해서 “이 치과는 000교정이라고 안하고 내가 원하면 000브라켓을 붙여서 하는 거라는데 맞느냐”고 대놓고 묻기도 한다. 그리고선 뭔가 미심쩍은 게 있는지 더 알아보고 온단다.

이름 지어서 진료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이름을 못 짓는 게 바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름에 따른 의미부여는 완전 다른 구조를 가진다. 가령 어떤 사람을 ‘테러리스트’라고 이름 붙일 때와 ‘자유의 전사’라고 이름 붙일 때 각각 질적으로 다른 행동을 불러온다. 이는 의미부여를 통한 행동변화를 결정짓는 철학의 문제다. 과대포장과 현혹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치과진료는 사실에 기초를 두고 인간 육체에 행해지는 올바른 행위여야만 한다. 같은 진료를 다른 진료처럼 광범위하게 확대하여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마케팅의 잘못된 적용법이다.

지금도 신뢰가 무너진 상황서 라미네이트 진료를 치아성형, 콤비성형, 급속교정, 다빈치 진료 등으로 현혹시킨다면 과하게 포장된 의료광고의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의료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환자 유인알선행위에 속할 수도 있다. 그냥 단순히 환자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방법일 뿐이다.

의료도 엄연한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이기에 어느 정도 마케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낯선 이름들이 난무할수록 끝없이 많은 의료정보들을 환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주게 된다. 그 과정서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치과계 스스로 환자에게 혼란만 주는 셈이 되고 만다.
 
나만 좋으면 동료에게 피해를 줘도 된다는 인식은 올바른 경쟁이 아니다. 사회현상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고 해도 사회의 존속성은 ‘함께’라는 의미가 전제되어야만 유지된다는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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