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본인부담금은 ‘푼돈’이 아니므로 할인대상도 아니다!

신경치료 후 기둥을 세우고 크라운 보철진료를 상담할 때 자주 겪는 일이다. 기둥비용과 골드크라운 비용은 비보험진료여서 50~60만원의 비용은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환자는 비싸다며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실장은 신경치료만 받고 보철은 조금 더 싼 치과로 가는 경우도 많이 보아 온 터라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진료동의율 높이기 위해선 비보험 진료비를 조금 할인해서라도 진료가 시작되도록 상담실장은 애를 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비보험진료 동의를 위해 보험진료가 옵션처럼 되어 버리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시작은 이렇게 사소하게 출발한다. 한 번 이와 같이 시작되면 다른 환자에게도 정상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소개로 내원한 경우는 보험진료비용은 말조차 꺼내기가 힘들 수도 있다. 치과에선 보험진료비는 심평원에 청구를 하니 그나마 본인부담금 말고는 손해가 아니라고 위안 삼기도 한다.

또한 환자가 다른 치과도 다 그렇게 해준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상담이 결국은 다른 진료로 확대되고, 치료비용이 조금 많이 나왔을 경우에는 비보험진료비가 많으니 보험진료비용은 아예 상담에도 넣지 않는다.

치료비용이 비싸다고 치료도 시작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다보니 비보험진료비를 어느 정도 할인해 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치과가 많다. 나아가 일부치과에선 환자가 말하지 않더라도 아예 미리 본인부담금 할인을 전제로 비보험진료 동의를 받아내는 마케팅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험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알아도 현실이 이렇다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끌려가는 치과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부담금 받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자료에는 보험, 비보험 진료비로 나누어 산정해 놓는 방식으로 빠져나간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내가 부담해야 할 진료비용이 적어지기에 크게 상관할 이유가 없다.

돈에는 이름표가 없다. 보험진료가 비보험진료 진행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순간 치과의 정당한 진료행위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셈이 되고 만다. 대가 없는 의료봉사에 나서면 마음이라도 뿌듯함을 느끼지만 이처럼 정당한 의료행위가 제대로 수납되지 않으면 어딘가 찜찜하기 마련이다.

오래전에 빌려주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돌려받은 돈, 옷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돈, 휴먼계좌에서 발견한 돈, 길거리서 주운 돈,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돈 등은 횡재라도 한 것처럼 짜릿함은 안겨주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돈들은 공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험진료비는 일반적으로 진료비의 30%(임플란트, 틀니 제외)를 본인부담금으로 하고 있다. 보험청구비용에 비하면 조금 적고, 비보험 진료비와 비교하면 한참 작다. 그래서인지 본인부담금은 푼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공돈, 푼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1년에 3만6천원이라는 것과 한 달에 3천원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같은 말이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하루 3천원 커피 한 잔과 그 커피 값이 모여 한 달에 9~10만원이 되는 것은 느낌이 엄연히 다르다.

이제는 보험진료의 본인부담금은 공돈이나 푼돈이 아니라 우리가 정당하게 진료하고 받는 소중한 치료비용이라는 인식을 재인식 할 때다.

오히려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본인분담금을 깎아달라는 환자에게 한 달 술값만 조금 줄여도, 커피 한 잔만 덜 마셔도 구강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 어떨까.

세일기간 충동구매가 이루어지는 이유가 원래 50만원하는 상품을 할인해서 20만원에 판다는 함정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내가 20만원에 구매하면 나에게 그 제품의 가치는 50만원이 아니라 2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치과의 진료가치를 스스로 감소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실의 무게감을 쉽게 내려 놓기 어렵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비보험 진료비에 보험진료 본인부담금 등 세부적인 정상비용을 설명하고, 그래도 어렵게 할인을 얘기하면 “치과도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약간의 할인은 해드려야죠. 하지만 그건 아시죠. 치과치료는 비용을 싸게 하는 것보다 제대로 치료받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리 원장님 진료 실력은 믿으셔도 됩니다”라고.

지혜로운 부자는 돈의 절대금액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상대적 비교에 따른 푼돈이라는 인식은 거부한다. 커피 한 잔 3,500원의 가치는 50만원 중의 0.7%가 아니라 만원의 35%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치과의 성공경영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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