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하지 않는 시스템은 허상 그 자체일 뿐

정조는 만천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子壻)에서 백성을 만천에 비유하고, 그 위에 하나씩 담겨 비치는 명월을 ‘태극이요. 군주인 나’라고 하였다. 모든 백성들에게 직접 닿는 지고지순한 왕정이 스스로 추구하고 실현시킬 목표라는 의미다.

그는 만천에 비치는 밝은 달이 되기 위해 최대한 백성의 소리를 가깝게 듣고자 했다. 일례로 수원 능행길은 민심을 살피는 계기로 삼았다. 누구라도 징을 쳐서 어가를 멈추게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면 어가에서 내려 직접 서민의 애환과 호소를 귀담아 듣고 정책들이 잘 시행되는지 확인했다.

개혁정치의 걸림돌인 보수 세력을 의식하고 직접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부분도 있었지만, 자신이 정의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마음 불편했을 것이다. 기업의 윤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도덕적 해이보다 그 기업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의 대처 행태에 징을 들고 나가 마구 두들기고 싶은 심정이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적용하여 운영하는 개개인의 소양이 확인되고 검증될 수 있는 제도가 더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치과경영도 마찬가지이다. 거창한 시스템이 환자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환자관리 툴을 만들고, 그 툴을 적용하고 실행하는 직원을 관리 감독해야 시스템이 무엇보다 치과경영의 성패를 가른다.

신환관리는 진료 받고 귀가 후 ‘오늘 내원 어떠셨는지’ 전화하고, 다음 ‘내원 예약 일 다시 한 번 알려주기’라는 원칙을 세웠다면, 전화하는 직원과 전화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상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전화가 안 되었을 경우 대처방법도 룰로 정하고, 전화한 내용은 차트에 기록하여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된다. 진료 받고 간 환자가 다음 내원할 때 ‘아파죽는 줄 알았는데 그냥 참아야 하는 것 인줄 알고 고생했다’는 투정을 듣고 실장이 첫날 확인했어야 했다며 ‘왜 전화가 안 되었는지’ 추궁해봐야 서로 불편할 뿐이다.

직원이 처음 내원하여 진료 받고 간 환자에게 정해진 대로 전화를 하고 원장이 확인하면 그것이 곧 신환관리 시스템이다.

또한 환자와 진료 상담한 내용을 차트에 기록하여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하자고 한다면 치료계획과 상담내용이 잘 기록되었는지 매일 확인이 필요하다. 확인도 없이 실장이 연차라도 갔다면 실장님이 상담하셔서 아무도 수납내용이나 어떤 형태로 보철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렇다고 쉬는 실장에게 전화를 하고 전화가 연결이 안되면 무책임하다고 비난만 할 것인가.

그리고선 도대체 관리가 안 된다고 투덜만 된다. 그 원칙을 확인해야 하는 경영자가 아무것도 안하고 방기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확인 하는 것은 직원을 못 믿기 때문이 아니라 믿기 위해서 하는 절차다.

시스템은 거창한 게 아니다. 정해진 원칙을 수행 하는 사람과 그 수행이 잘 이루어지는지 관리하는 사람이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하는 것이다.

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제품을 팔려면 정부의 관리 감독이 있어야 하고, 그 관리감독이 잘되고 있는지 보고체계와 검증하는 기준의 투명성이 확보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똑같다. 그 과정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보다 단순할수록 좋다. 경영의 안전성은 그 과정을 얼마큼 충실하게 이행하는가의 문제다.

처음내원 한날 진료 받고 갔더니 진료 받은 곳은 괜찮은지 확인하고, 다음은 어떤 진료가 진행되는지 설명 해주고, 주의사항 다시 한 번 고지해주는데 굳이 우리치과에 내원하지 않을 환자는 없다.

진료하기도 바쁜데 ‘언제 그런 것까지 확인하느냐’고 반문한다면 확인을 쉽게 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신환관리가 잘되는지 쉽게 확인하려면 신환리스트를 작성하면 된다. 다음내원이 있는 환자에게는 진료시작하면서 지난번 ‘진료 받고 가셔서 괜찮은지 전화 받으셨죠’하고 물으면 된다. 계속 내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환자는 주단위로 차트 확인하고 전화메모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이때 상담내용도 같이 보면 되고 매일 작성하며 보는 차트에 모든 내용을 기록하게 하면 환자관리는 대부분 이루어진다.

치과 내원하는 환자는 의사를 찾아오는 것이고, ‘의사의 환자이지 직원의 환자가 아니다’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명심하면 된다. 정조가 만천에 비치는 밝은 달이 되어 백성을 살피려 노력했듯이 원장이 직접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려 한다면 치과경영은 안 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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