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진료시작 30분 전 출근시키고, 정작 원장은 진료시작 맞춰 출근하니

너무 힘들다. 어느 시간대는 대기행렬이 길어 예약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들리고, 또 어느 때는 환자 없어 논다. 이렇다보니 예약관리 했다는 직원의 말은 믿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진료하기도 벅찬데 환자관리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청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청구기준은 알고 있는지 답답하다. 진료가 바쁘면 차팅의 여유가 없으니, 데스크가 어떤 진료를 했는지는 알고 수납을 해야 하는데, 차팅과 비교해보면 X-RAY 촬영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진료를 하고도 제대로 청구를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남들은 실장이 알아서 잘 한다는데, 난 지지리 복도 없는지 진료는 열심히 하는데 청구액이 제자리다.

힘들 때는 직원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월급은 매년 올려달라면서 어찌 이리 책임감 없이 일하는지, 좀 알아서 잘 해달라고 월급 주는 것 아닌가. 미리 전화로 예약관리도 하고, 해피콜도 하라고 시켜보지만 아주 형식적으로 하고 만다.

치료중단 환자가 어느 날 문득 내원하면 당황스럽다. 상담은 제대로 하는 건지 다 들여다볼 수도 없고, 어느 날 한 번씩 뒤집기는 하는데 그때뿐이다. 서비스 교육과 보험청구, 상담교육도 보내주지만 며칠 반짝인 것만 같다.

이상은 개원의 원장들이 늘어놓는 흔한 하소연이다. 일정부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닌 그냥 이리저리 휩쓸려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환자에 떠밀려 메뚜기처럼 체어 옮겨 다니며 진료하는 기분이 느껴 질만 하다.

그러하니 문제라도 불거지면 온갖 짜증이 몰려 결국은 소리를 지르고 제대로 챙기지 않은 직원들을 나무랄 때도 있고, 심할 경우에는 기구도 내팽개친다. 공포분위기에 환자들도 힘들고 직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이런 광경을 목격한 환자들은 ‘내가 실력 없는 직원들에게 관리 받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치과 이미지만 나빠지기 마련이다.

이런 날의 연속이자, 악순환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건 없다. 직원의 치과가 아니라 원장의 치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원장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원장이 직접 확인하고 원장이 직원들을 챙겨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장들은 마치 다른 치과직원 험담하듯이 쉽게 하소연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기 만을 바란다. 엄격히 따지면 내 환자이므로 내가 더 신경 쓰고 챙겨야하는데도 말이다.

내 치과의 주인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행복해 지고 싶지 않은가. 주인인 원장이 직원처럼 불평불만 늘어놓으며 직원들을 비난한다면 직원이 주인의식을 함양하기는 어렵다. 예약관리를 잘하게 하려면 본인의 진료 체어타임을 표준화시키고, 의외성은 차트에 기입하여 소요시간과 다음 진료내용도 적어주어야 한다.

직원이 상담을 잘하게 하려면 환자에게 진료의 당위성을 부여해주고 치료계획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직원이 아무리 책임감이 없다 해도 기록되어 있는 치료계획을 빼먹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보험 청구를 잘하게 하려면 차팅은 세세하게 기록되어야 하고, 수납에 차질이 없게 하려면 신속한 차팅은 필수다. 비보험 상담이 들쑥날쑥하지 않게 하려면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주고, 최종 결정하기 전 확인을 받게 해야만 한다. 기본적인 자신의 원칙도 제대로 정해주지 않고, 10년차 실장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내버려 둔다면 내 원칙이 아니라 실장의 원칙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직원들 보험교육 보내고, 서비스, 상담교육까지 시켰다 해도 그냥 자동으로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같은 옷을 입어도 몸매와 얼굴에 따라 다르듯이 잘 된 매뉴얼도 내 치과에 맞지 않는다면 어색하기 마련이다.

나를 모르고 연예인이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옷을 고른다면 완판 시리즈에 동참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도움이 필요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반드시 원장이 직원과 함께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달라질 것은 없다. 또한 내 치과에 맞는 옷은 원장과 직원이 함께 만들어 가야만 하는 것이다.

원장이 진정한 치과의 주인이므로 주인답게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도 당연하다. 직원보다 먼저 출근하고 직원보다 늦게 퇴근하며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직원들은 진료시작 30분 전에 출근하라며 출퇴근카드기 달아놓고, 정작 본인은 진료시작 맞춰 출근한다면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해선 안 된다. 주인의식을 강요한들 생기지도 않고 불평만 는다.

주인도 안하는데 어떤 직원이 제대로 챙기겠는가. 어쩌다 한번 뒤집는 게 아니라 일, 주, 월 단위로 체크해야 하는 항목을 정하고 잘되고 있는지 직접 체크해야 한다. 또한 내 직원은 내가 챙겨야 하고,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마음공부도 필요하다. 내가 애지중지 아껴야 다른 사람도 그 귀함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진료 끝나고 잠깐이라도 시간을 투자해 그날 내원환자 차트 다시 검토하고, 지시사항만 잘 적어놓아도 최소한 기본은 하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치과의 주인답게 내가 솔선수범하면 프로세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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