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유 대위는 강모연이 되는 순간 다가와

얼마전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가 대세다. 유 대위가 멋있는지 송중기가 멋진지, 일단 송중기가 유 대위로 연기했으니 ‘둘 다 멋있지 말입니다’. 많은 여성들은 그를 보고 설렌다. 그리고 꿈꾼다. 꿈만 꾸면 좋겠지만, 옆에 있는 남자친구와 비교하고 남편과 비교하며 상대적 빈곤에 빠진다.

사실 들여다보면 유 대위가 사랑하는 여자 강모연을 보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의사다. 의료법인 이사장의 구애를 단칼에 거절할 줄 알고, 위급한 상황서도 환자만 생각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배려심이 많아 설명도 없이 사라지는 남자를 이해하려 하고, 마음씨도 착해서 대출을 받아 우르크 소녀를 후원한다. 여기에 얼굴까지 너무 예쁘니 팔방미인이다.

명품백을 사 달라 조르지도 않고, 밥값은 남자가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우기지 않는다. 그러하니 멋진 유시진 대위가 사랑하는 것임을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각하려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이 망각되다보니 너무나 쉽게 남자들로부터 되치기 당한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멋진 사람이어야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생각보다, 사람들은 무작정 유 대위 같은 멋진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싶은 ‘가슴앓이’를 시작한다. 사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딱 내 수준인데 말이다.

“재는 왜 저러는지 진짜 이해가 안돼요, 나랑은 정말 맞지 않는 인간형인거 같아요”

“내가 왜요? 왜 내가 먼저 이해하고 잘 지내려고 해야 하죠. 연차도 나보다 낮은데…”

“이 정도 가지고 일 못하겠다고 하면 볼 장 다 본거예요”

조직에서 가장 힘든 게 인관관계라는 설문조사도 있듯이 사람들은 가볍게 사람을 평가하고 쉽게 내뱉어 버린다. 왜 맞지 않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서 문제점을 찾기보다 타인의 행동을 내 기준에 투영한다. 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해법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혼자 일 할 수 있다면 혼자 일하는 게 가장 완벽하다. 혼자 일 할 수 없기에 팀이 필요하고 만들어진다. 팀워크는 내 방식에 맞추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서로의 사고방식을 맞추어 가는 과정의 반복이다.

함께 일하면서 내가 일하는 방식을 따라주기 만을 고집하면 항상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억양에 따라 감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은 사람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00샘 1번 체어 진료준비 먼저 해주세요” 하면 될 것을 “진료준비 안하고 뭐했니? 지금 기구 세척이 급하니 애가 생각이 없어, 1번 체어 진료준비 해”라고 쏘아 붙인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속내는 진짜 일하기 싫을 것이다.

사람은 상대방 말이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 말이 나를 공격하는 말이라고 생각이 되면, 그 다음부턴 내 판단의 문제를 생각하기보단 행위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합리화하는데 급급해하기 마련이다.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기구세척 할 것도 아니면서 기구가 너무 쌓여 있어서 치운 건데, 자기가 준비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밝은 미소로 환자를 호명해야 마땅함에도 보란 듯이 굳은 표정으로 환자를 대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기시간 최소화로 일단 먼저 환자를 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 팀장이나, 쌓여 있는 기구가 많아 잠깐 치워야겠다고 생각한 스텝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순서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이다. 환자 대기시간이 길었으니 먼저 진료하고 치우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면 바로 처리될 일이었다. ‘딱 보면 알지, 그런 것까지 설명하면서 일을 하냐’고 볼멘소리 할 시간에 한번 설명하고 소통하면 된다.

세상은 내가 대접하는 만큼 세상도 나를 대접한다는 진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한다. 토라진 감정의 씨앗이 자라 누군가 사직서를 내게 되는 상황이 반복될 때도 있다. 사직의 이유는 힘들다, 쉬고 싶다가 대부분이다.

인간들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부족하면 더 생각하고 노력해야 함에도 난 할 만큼 했다고 하소연하기 바쁘다. 이럴 땐 언제나 난감하다.

팀원 사이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힘드니까, 어떻게든 잘 지내게 하려고 회식을 잡는다. 회식자리는 무르익고 요즈음 대세인 태양의 후예, 아니 송중기 얘기로 침이 튄다. 유시진 대위 같은 남자 너무 멋지다며 ‘왜 나한테는 그런 남자가 오지 않냐’고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나온다. 팀장이나 스텝이나 표현방법만 다를 뿐 둘 다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여기서 결혼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송중기 같은 남자와 한 번 사랑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말해주고 싶다. 유시진 대위가 사랑하는 여자 강모연은 일하는 동료를 엄청 아끼고, 책임을 함부로 전가하지 않고 먼저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말도 참 예쁘게 하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고뇌하고 부당함은 얘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려고 하는 참 멋진 여자라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과 손을 내밀지 않는 것’ 어느 것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난 손을 내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잡아줄 사람이 없지만 손을 내밀면 적어도 잡아줄 기회는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자신이 멋지지 않아도 멋진 남자가 찾아와 줄 것이라고 착각에 빠져있는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 잘해보자,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소통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도 꿈을 꾼다. 유시진 대위를 만나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강모연이 되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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