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을 탓할지언정 실천하지 않는 직원은 이제 그만

7년의 길고 긴 전쟁 임진왜란.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유독 무능한 선조와는 다르게 그 당시 활동했던 위인들은 참으로 많다. 드라마 소재로 많이 다루어진 허준과 이순신, 류성룡, 율곡 이이, 이황 등 일일이 열거조차 힘들만큼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조는 왜 그 훌륭한 신하들을 휘하에 두고도 조선 역사상 가장 무능한 임금으로 낙인이 찍혔을까. 나라를 다스림이 어찌 ‘군주 한 사람의 몫인가’하는 회한이 스치는 것도 사실이다. 선조는 자신의 무능함을 통탄하고 도망갈지언정 충신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판단을 유보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율곡 이이는  만언봉사(萬言封事)라는 길고 긴 상소문을 올려 개혁의 필요성을 고하였다.

1만2000자에 달하는 상소문에서 이이는 조선의 정치와 사회풍습 중에서 잘못된 것을 지적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1.상하의 신뢰 2.관리들의 책임소재와 책임감 3.경연의 운영 4.인재등용 5.재해대책 6.백성의 복리증진 7.인심의 교화 등 잘못된 것 7가지를 국가적 근심거리라고 지적하며, 개선책 제시와 함께 개혁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상소였다.

그러나 선조는 이이가 올린 상소문을 보고 감동하여 극찬을 하면서도 “무능한 내가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통탄할 뿐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왕의 결정이 있어야 했던 시기였으니 그 훌륭한 신하들이 끝없이 간언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조직에서도 선조처럼 대답은 하되 실천하지 않는 무서운 존재가 많다. 차라리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보다 더 무섭다. 못하겠다고 하면 차라리 설득이라도 하던지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을텐데, 의사결정에 대해 아무런 반대도 없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까지 늘어놓으면서 정작 실천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선조와 같은 인물들 말이다.

치과 진료라는 게 진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구강관리를 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치아가 빠져 임플란트 식립을 하게 된 환자가 전과 동일한 방법이나 습관으로 치아관리를 한다면 자연치도 망가져 발치를 하였으니 같은 결과가 초래될 확률이 높다. 그동안 익숙한 칫솔질 습관을 개선하고 치간 칫솔이나 치실들을 병행하여 관리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치아상태에 따라 적합한 칫솔도 알려주고 평소의 습관대로 안 닦이는 부분도 세밀하게 짚어주어야 한다.

치과에서 회의를 통해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구강용품을 적극 권하고 사용법을 수시로 알려주자고 결의했다.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강용품 설명법도 매뉴얼로 만들어 배포했다. 시행하는데 반대가 없었으니 잘 되어야 맞다. 그러나 기존의 환자 보는 습관대로 설명하는 방법대로 어제와 같이 언제 설명하기로 했냐는 듯이 같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 불러 왜 안 되는지 물어보면 흔쾌히 또 열심히 하겠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이러한 수 없는 반복은 열심히 하던 사람들의 동기마저 상실케 한다. 고객만족을 위해 한 가지 더 노력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기울이는 일이니 힘들어 진다. 그러나 다 함께 가면 당연한 게 된다. 구강용품 설명하는 것이 익숙해져 습관이 되면 힘든 게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 되어 안착이 될 텐데 말이다.

차라리 못하겠다고 하면 왜 못하는지 할 수 있는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조율이라도 하지. ‘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대답만 하면서 하지 않는 구성원은 참으로 힘들다. 그리곤 결과를 종합하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 스스로 무능을 탓한다. 이는 비단 구강용품 설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조직의 위험요소다. 프로세스와 회의로 결의를 다진 많은 일들이 같은 맥락으로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하여 한 가지를 변화시키는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변화는 더디다. 고객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말이다.

무수한 직언과 개선책을 듣고도 칭찬은 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선조와 무엇이 다른가. 조직이 정체되는 건 불평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딱 그만큼만 하면서 자리와 시간에 연명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다. 또한 경영하는 법을 몰라 경영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고, 무능을 탓할지언정 시도해 보지 않는 마인드 때문이다. ‘알았다, 알았다’고 대답만 하면서 실천하지 않아 똑같은 얘기를 수없이 반복하게 만드는 직원과 동료의 각성 없이는 치과의 성장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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