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치과라면 이렇게 하겠어?” 질책에 대한 답가

“니 치과라면 이렇게 하겠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 하루 종일 가슴팍에 통증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읍니다. 시험에 들지 않게 해 주소서. 원장님도 지금 나처럼 고군분투하며 삶을 살고 있으리라, 얼마나 힘들면 저런 말을 쏟아내실까, 이해의 폭을 넓혀 제발 미워하지 않게 해 주소서.

제 치과라면 적어도 퇴근시간쯤 오시는 환자분께 진료정리중이니 ‘아프지 않으시면 내일 예약을 잡아 드리면 어떨까요’라고 설득이라도 해보겠습니다. 천근만근 지친 몸에도 남아 오늘 진료 받은 환자분들께 안부전화하고 내일 예약 확인하고 진료준비가 미리 되었는지 점검하는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프시면 당연 진료를 해드려야죠. 따뜻한 품성이 아니더라도 아픈 사람을 외면하기 힘든 것이 치과의 사명이라는 정도는 저도 잘 아니까요.

제 치과라면 적어도 목표치 매출을 채우지 못했다고, 마치 일하지 않고 논 것처럼 취급은 안 받겠지요. 이번 달 매출이 조금 떨어졌으니 다음 달 좀 더 힘내야지 하면 될 일이니까요.

진료동의율이라는 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실장의 능력부족이라고 말하는 것에 선뜻 동의가 되지 않아도 결과가 그러하니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환자가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에 제가 핏대 올려 설명하지 못했으니까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시작하기 쉽지 않은 마음이 안타까워 제 마음도 무겁습니다.

제 치과라면 예약이 취소되었다고 이 눈치 저 눈치 볼 필요 없겠지요. 내가 열심히 해피콜도 돌리고 예약관리도 했으니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위안하며 마음이라도 편하게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환자 없이 조용하면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납니다. 행여 모르고 지나친 부분은 없었는지, 차트를 뒤지고 또 뒤지는 제게 어찌 “니 치과라면 그렇게 하겠어?”라고 핀잔을 주십니까. 진료시간 끝날 때면 아래 스텝들 눈치 보느라 환자 접수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직원이 실수하면 실장은 뭐 한 거니? 교육도 안 시키고, 환자가 없으면 실장은 뭐 한 거니? 환자관리 안하고, 원장님 까칠하면 실장이 중간 역할을 잘해야지, 기공물 문제생기면 실장이 확인했어야지, 불평고객 발생하면 실장이 처음부터 상담을 잘했어야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동네북처럼 동분서주하는 제게 어찌 그런 가혹한 말씀을 하십니까?

설명해야 하는 부분은 많고 진료라는 게 예후에 따라 변수도 다양합니다. 챙겨야 하는 동의서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발치, 임플란트, 진료비 설명, 적출물, 신경치료 치료계획서 치료확인서, 부작용, 치료계획 변경 가능성 등 모두 외우기도 벅찬 것들을 일일이 챙깁니다.

내 치과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일하고 있는 이 실장을 불쌍히 여겨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그리 어렵단 말입니까. 내가 000실장 없었다면 어떻게 진료를 하겠어, 빈말이라도 ‘내가 실장님 때문에 출근을 한다’는 따뜻한 한마디가 가끔은 그립습니다. 그저 진정성이 없다고 해도 좋은 말로 등 한번 토닥여 주는 미덕을 바라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요.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오니, 사회적 문제가 되는 노쇼 환자만큼은 우리치과엔 발생하지 않게 해주시고, 원장님이 아프지 않는 진료 할 수 있게 해주시고, 행여 기공물 재제작하는 일 없게 하소서.

아울러 왜 끼지도 않았는데 비용 내냐고, 설명 못 들었다고 억지 부리는 환자 없게 하시고, 무조건 진료비 할인만을 내세우며 흥정하기보단 환자는 아픈 곳을 진료 받는 거니 진료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이며 맑은 눈동자 반짝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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