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代議員)은 단체의 대표로 뽑혀 회의에 참석해 토의나 의결권을 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일개 개인의 자격이 아닌,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표해 총회에 참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치과계 총회 시즌을 맞아 취재를 하다보면 이 같은 대의원의 자격이 의심될 때가 있다. 식사나 교통편 예약시간을 이유로 중요한 안건 진행 중에도 자리를 뜨는 대의원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회의가 이어지는 내내 아랑곳 않고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거나, 소중한 의결권을 허무하게 포기하는 대의원도 적지 않다.

때론 자질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코미디를 시청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총회를 진행해야 할 임원진이나 의장단이 회의법이나 의사진행절차는커녕 정관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매년 제기되는 의장단 자질 논란이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빠진 자리로 듬성해지는 총회장을 접하다 보면 ‘회원들이 과연 이러한 문제를 알고는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

총회서 숙의하는 안건들은 각 직역단체나 학술단체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문제거나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하는 현안들이 대부분이다. 회원들의 밑바닥 민심을 듣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의원의 역할과 책임감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뜻이다.

치과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어느 현안 하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없다. 이는 치과의사뿐 아니라 치과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총회가 적당히 자리를 때우다 비싼 밥만 먹고 눈치 보고 일어나는 장소가 되어선,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는 점점 더 요원해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 치과계에 보다 성숙한 총회문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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