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판결로 벌써부터 후폭풍 조짐

예상치 못한 헌소 결과에 복지부·의료인단체 모두 패닉 상태
복지부 “판결과 관계없이 허위·과장 광고는 처벌 대상” 강조
치협 등 사후 모니터링 강화키로 … 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의료광고가 상업광고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동조 제2항도 당연히 적용되어 이에 대한 사전검열도 금지된다”고 위헌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그나마 사전심의를 통해 걸러졌던 부분별한 의료광고들이 더 이상 어떠한 필터링도 없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과 의료법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주문에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의료광고가 상업광고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동조 제2항도 당연히 적용되어 이에 대한 사전검열도 금지된다”고 위헌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에 한하는데, 헌법재판소는 복지부장관이 심의주체를 행하지 않고 위탁하고 있어도 행정권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된다고 봤다.

따라서 이번 헌소 결과로 인해 복지부는 사전심의를 각 의료인단체에 맡길 수 없고, 강제성도 잃게 됐다. 각 의료인단체별 자율적 심의만 가능할 뿐이다.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어느 매체에든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의료계는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A 원장은 “당장 선을 넘은 불법 광고들로 인한 폐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광고 심의를 맡아온 치협과 의협, 한의협 뿐만 아니라 주무기관인 복지부조차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치협과 의협, 한의협 관계자와 시민단체 대표 등이 복지부와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고 위헌 판결 이후의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논의를 통해 각 단체별로 자율적인 사전심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연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강제성을 잃은 상황서 법적 심의가 아닌 의료인단체별 자율심의로 진행될 때, 자진해서 사전심의를 받을 의료기관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심의신청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 뿐 아니라 규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없으니 별다른 효과는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허위·과장 의료광고는 이번 위헌 결정과 상관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서 “사전심의에 대한 복지부의 관리, 감독과 사전심의 의무화, 처벌 규정 등이 위헌이라는 것일 뿐 불법 의료광고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개원가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한 개원의는 “자율적인 심의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누가 심의를 자진해서 받으려고 하겠냐”면서 “허위, 과장 광고는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를 모두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무분별한 의료광고가 범람할 수밖에 없다”고 격분했다.

또다른 개원의는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통해 저수가만을 전면으로 내세운 광고를 비롯해 의료를 오로지 상품화하는데 급급한 광고들은 걸러내질 수 있었던 걸로 안다”며 “그런데 사전심의에 강제성이 사라지진다면 임플란트 얼마, 교정 얼마 하는 광고들이 여기저기 범람하게 될 것이 뻔하다. 복지부는 오히려 의료광고 심의 매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갑갑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무리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해도 수많은 광고를 일일이 확인해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사후 모니터링도 결국 치협이나 의협 등에서 하게 될텐데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디서 충당할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헌법소원 결과로 인해 그나마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선을 지킬 수 있었던 의료광고시장의 보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한 폐해가 불보듯 뻔한 만큼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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