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2015년 한국사회를 규정한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어리석은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럽다’는 뜻이란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이 더해져 이루어진 말로, 어지러운 상황의 책임을 지도자에게 묻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말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치과계에 딱 들어맞는 사자성어’라고 무릎을 치고 있다. 그만큼 작금의 치과계 현실이 어지럽고, 혼란스럽다는 진단에 동의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수긍을 하든, 하지 않든 수장이 어지러움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사태는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이다.

치과계 혼란의 출구는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 전문의제를 놓고는 사분오열 찢겨져 또다시 대립과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로 넘겨진 1인1개소법 사수운동은 여전히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방관자로 전락한 치협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으며, 경기지부 용인분회에서는 임시총회까지 열어 최남섭 회장 탄핵 추진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최남섭 회장이라고 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태의 책임이 수장에게 있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부정하고, 혼란의 책임을 오로지 남의 탓으로만 지우려는 접근법이 문제의 핵심이자 혼란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수장에 대한 회원들의 불신 원인을 전임회장에게 돌리고, 비판기사를 게재한 언론 탓으로 치부해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자신이 임명한 이사조차 억지스러운 이유로 보직을 변경시키고, 바뀐 보직은 달랑 팩스 한 장으로 통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회장선거에서 고락을 같이 하며 동지적 유대감을 공유했던 4명의 부회장들에게는 이사회 말미에 긴급안건 상정 형식을 빌어, 일부보직을 박탈하는 전횡을 휘둘렀다. 늘 이사회 전에는 별도의 회장단 회의가 열리는데, 부회장들의 보직박탈은 이 자리에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연임 도전을 위한 최남섭 회장의 치밀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은 또 누구의 탓으로 돌릴지 궁금하다. 

순자(荀子)는 현명한 군주는 인재를 얻는데 힘쓰고, 바보스러운 지도자는 세를 불리는 데만 애쓴다고 했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혼용무도가 치과계에도 적용되지 않는지 곱씹어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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