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오랜 구인난이 몰고 온 부작용

불경기 탓으로 고용규모 자체가 줄어 … 높은 몸값 비해 임상능력 부족도 원인

원장이 직접 스탭업무까지 맡기도

치과위생사 구인을 아예 포기하는 동네치과가 늘고 있다. 치과위생사 구인에 들어가는 과도한 노력과 비용을 줄이고, 일정 부분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것. 스케일링 등 치과위생사가 필요한 업무는 원장이 직접 맡겠다는 계산이다. 치과위생사를 여러 명 고용했던 치과도 치과위생사 채용을 줄이고 다른 보조인력으로 채우는 분위기다.

이는 불경기로 인해 치과위생사의 고용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일선치과의 고육책 성격이 짙다. 의기법 시행 등으로 치과위생사 몸값은 자꾸 올라가는데, 매출 압박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치과위생사를 쓰고 싶어도 마음처럼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급여나 복지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동네치과로선 구인 사이트에 비용을 들이고 여기저기 알아봐도 치과위생사를 구하기가 힘들다. 오랫동안 치과위생사 없이 업무를 하다 보니 치과위생사 없이 치과를 운영하는 게 더 편해질 지경이다.

여기에 개원가로 배출되는 치과위생사의 부족한 임상역량도 이 같은 추세에 한몫 하고 있다. 치과위생사의 높은 몸값에 비해, 이들이 실제 임상서 기여하는 몫은 미미한 것. 일부치과선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케이스까지 발생할 정도다.

치위생(학)과 교육 커리큘럼이 임상현장과 큰 괴리를 보이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치위생계 내부에서도 지적됐던 문제다. 단적인 예가 스케일링이다.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실습이 유명무실한 치위생(학)과가 적지 않다. 아직도 스케일링 실습시 초음파 스케일러가 아닌 수기구를 사용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3년차에 치과로 나가는 단기 임상실습만 거친 채, 일선치과로 배출되는 치과위생사가 상당수다.

A 원장은 “스케일링 하라고 맡겨놨더니 환자 잇몸에 구멍을 뚫어 놨다”며 “사고를 몇 번 치고 나서야 실습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스크 업무도 졸업 후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보험청구나 상담이 대표적인 예다. 취업 전에 해당 자격과정이나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는 치과위생사도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치과선 담당스탭을 정해 교육비용을 지원하며 키워내야 한다.

당장 일손이 급한 동네치과선 기초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게다가 가르쳐놔도 그만두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업무역량을 키워놓으면 급여나 복지를 문제 삼아 이직하는 치과위생사가 적지 않다. 이 같은 경우를 맞닥뜨리면 개원의 입장선 허탈감을 감추기가 어렵다.

이는 갓 배출된 저연차 치과위생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원장 입장선 한창 일할 연차인 3~5년차 치과위생사의 업무능력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기엔 잦은 이직의 영향이 크다. 치과를 옮기면 업무방식이나 내부문화에 적응하는데 최소 몇 개월은 잡아야 한다. 3~5년차라고 해도 한 곳에서 충실히 쌓은 경력이 아니라면 연차에 걸맞는 업무능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인력구조를 개편해 치과위생사를 최소화시킨 진료 프로세스를 수립한 치과도 생겨나고 있다.

B 원장은 “치과위생사 채용을 줄이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료보조를 할 수 있는 진료보조 인력과 기구세척을 비롯한 진료준비를 전담할 수 있는 파트타이머를 채용해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반복되는 구인난으로 고민하다 생각해 낸 방법인데 모든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불경기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구인난도 지긋지긋하긴 마찬가지다. 동네치과로선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는 것밖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고 있다. 오랜 불경기와 구인난이 빚어낸 개원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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