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물 재의뢰의 ‘빛과 그림자’

기공계는 날이 갈수록 캐드캠 등 디지털화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밀링센터와 대형기공소화가 또 하나의 브랜드화 되고 있는 상황.

이 대척점에선 영세기공소들도 1인 체제 등을 표방하며 버텨오고 있다.

이런 상황서 ‘기공물 재의뢰’라는 새로운 거래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기공물 재의뢰는 디지털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영세기공소들이 밀링센터나 대형기공소로 작업을 재의뢰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존의 보철, 교정을 비롯한 빌드업, 캡 등의 작업을 다른 파트와 연계하는 방식과는 다른 형태다.

디지털 장비 도입 초기 암묵적으로 일부 오가던 의뢰 형태가 이젠 보편화됐다. 간단한 작업은 물론, 지르코니아 크라운, 커스텀 어버트먼트 등 복잡한 케이스까지 재의뢰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소장은 “영세기공소의 경우 리스로도 디지털 장비를 구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캡, 빌드업 등 웬만한 일거리는 밀링센터로 재의뢰하고 있는데 인건비보단 비용소모가 낮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기공계 일각선 기공물 재의뢰를 통한 분업화를 대형밀링센터와 영세기공소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기공물 재의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부 소장들은 “별도로 디지털 장비를 구하지 못하는 이상 밀링센터에 일을 맡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면서도, “잘못된 거래관행으로 인한 리스크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미수금이다. 작업 케이스나 기공소별로 비용이 모두 다르게 책정되다보니, 일부 기공소서 시장 질서를 흐리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밀링센터나 대형기공소 입장선 언제 폐업할지 모를 영세기공소에 상당한 금액의 미수금이 깔리는 것이 불안하다.

한 밀링센터 대표는 지역내 영세기공소에 깔린 1천만원 이상의 미수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는 “동문 선배라 특별히 1년 반 동안 납품기한을 어기지 않도록 저녁이나 주말에도 신경 써서 작업해줬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 받은 금액은 1천5백만원 중 3백만원도 채 되지 않아 속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1인기공소나 영세기공소 소장들은 “동료 기공사 돈을 설마 떼먹겠냐”고 항변하지만, 불안함을 지우긴 쉽지 않다.

납품일자나 리메이크 등으로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거리가 몰려 퇴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사들에게 기공물의 빠른 납품을 독촉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리메이크에 다른 의견차도 단골 분쟁거리다.

B 소장은 “최근 몇 건의 기공물 리메이크 때문에 걸려온 항의전화 때문에 화가 났다”며 “정확한 수치에 맞춰 오차까지 고려해 작업해줬는데 장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식의 항의와 함께 쌍욕을 들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기공소와 영세기공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 기공계선 ‘기공물 재의뢰’만한 상생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확실한 대안책 마련을 위해 기공계의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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