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파동·전문의 헌법소원·전시회 대립

할 일 많은데 내부서 서로 발목… 범 치과계 차원 화합 처방 강구해야


치과계가 갈라지고 있다. 兩分 정도가 아니라 사안에 따라 이리저리 이해를 달리하는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전문의를 놓고 찬반 양측이 대립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 문제는 전문의 대타협과 함께 자연스레 예각이 꺾였다. 선거 때 학연과 지연으로 편을 가르는 현상 또한 선거가 끝나면 스스로 아무는 일회성 상처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의 문제들은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이어서 쉽게 아물 상처가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갈라지는 치과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안은 치협의 소위 ‘정권 지지성명’ 파동이다. 의협 등 여타 보건의료단체들과 함께 유력 일간지 광고를 통해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서 한 장이 치과계에 일파만파를 불러온 것. 성명의 내용은 고사하고 일부 치과의사들은 ‘치협이 과연 회원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자격을 가졌는지’에서부터 논점을 짚어 나갔다. 치협의 성명서 광고를 정치적 행위로 본다는 의미이다.
애초의 취지가 어디에 있건 정치가 치과계로 옮아오면 정답은 없다.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하지만, 본의 아니게 치협이 앞장 서 그걸 치과계로 끌어들인 꼴이 되고 말았고, 반대편에 선 치과의사들은 치협의 성명서에 맞서 ‘회비납부 거부’ 카드를 들이대고 있다.

성명서에 맞서는 ‘회비납부 거부’
전문의제도도 다시 치과계에 골을 내고 있다. 이번에도 구도는 개원가와 공직이다. 치과대학 교수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부교수 이상 전속지도의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치과전문의를 보는 입장에서 공직과 개원가는 필연적으로 갭을 가진다. 공직은 교육을 통해 전문의를 배출해 내는 입장이지만 개원가는 그들 전문의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헌법소원 소식이 전해지자 개원가가 보인 첫 번째 반응은 ‘짜증스러움’이었다. 대의원총회가 의결한 ‘구강외과 단일과목 시행안’에 진을 빼는 중인 치협 역시 대학과 학회의 느닷없는 헌법소원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진행정도에 따라 이번 헌법소원은 치과계의 내적 신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문의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의 갈등이 잉태되고 있다. 바로 전공의 배정을 둘러싼 치과대학과 의과대학·종합병원 및 치과병원 간의 다툼이다. 이 문제에서는 전속지도의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공의 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의과대학 종합병원 치과 및 치과병원들의 반발이 특히 눈에 띈다. 이들 치과들은 치과대학에 맞서 협의회를 만들고 ‘숫자맞추기식 표적실사’를 따졌다. 이 문제는 자칫 공직 내부의 분열을 촉발할 기폭제 역할을 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학술대회 및 전시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치협과 서울시치과의사회간의 갈등도 이미 수습의 단계를 넘어섰다. 이 건은 시스템적 공조가 특히 필요한 중앙회와 지부간의 갈등이란 측면에서 회무의 룰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문제의 핵심은 치협이 3년마다 한 번씩 치러온 종합학술대회와 서치의 SIDEX가 내년 봄 정면으로 마주친 데 있다.

맺힌 걸 푸는 게 먼저
두 행사는 장소까지 같아 예정대로 라면 치협과 서치는 코엑스에서 참가자들도 전시업체도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는 행사를 한달 간격으로 치루게 되어 있다. 이 일로 좋기만 하던 치협 이수구 회장과 서치 최남섭 회장 사이가 벌어졌다. 치과계를 이끄는 회무 공조의 양 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작금의 치과계는 외부로부터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 방향이 옳든 거르든 치과의료환경을 변화시킬 많은 새로운 제도들이 순서에 따라 밀려들고 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치과계가 내부 갈등에 발목을 잡혀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다수 치과의사들의 의견이다. 맺힌 걸 푸는 게 먼저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치협이 먼저 무장해제하고 광장으로 나서야 하리라 본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은 생각보다 훨씬 큰 상처를 치과계에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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