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인 취미열전 - MTB 아마추어 최고봉 정복한 수원미르치과 최재욱 원장

꾸준한 연습의 힘을 매일, 매순간 피부로 체감하는 치과의사가 있다. 그는 하루하루 망가지는 자연환경을 생각하며 쉬운 길을 버리고 힘든 길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매일 산악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만으로 국내 MTB 최정상인 280랠리서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한 최재욱 원장(수원미르치과) 얘기다.

280랠리는 280km를 36시간 안에 주파하는 경기로, 아마추어 최고수는 물론 프로들도 힘들어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회다. 최 원장은 그런 대회서 참가한지 2회 만에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 코스는 1위 예측시간이 29시간이었을 정도로 어려운 코스로 꼽혔다. 일반적으로 27시간이 평균 수준임을 감안할 때, 어지간한 애호가도 완주가 목표일 정도의 수준 높은 대회였다. 이번 대회 최 원장의 기록은 26시간 15분, 모두가 놀랐다. 2위 기록과의 격차도 무려 3시간에 달했다.

민망한 듯 한참을 멋쩍게 웃던 최 원장은 “1위 비결은 꾸준한 연습”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이번 대회를 치르며 하루하루 쌓아올린 연습의 힘을 실감했다”며 “특별한 훈련 없이 매일 출퇴근길을 산악자전거로 다녔을 뿐인데, 어느새 이만큼 실력이 향상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최 원장이 처음 산악자전거를 접한 건 2010년, 그 전엔 일반 자전거조차도 타본 적이 없었다. 햇수로 3년, 제대로 산악자전거에 입문한지는 이제 2년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그는 주말에 주로 산을 찾는 다른 애호가와는 조금 달랐다. 그는 대회 참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말에는 산악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았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신 산악자전거를 시작한 이후 매일 출퇴근 시간에 자택에서 치과까지 22km의 거리를 매일 빠지지 않고 산악자전거로 왕복했다. “비결은 꾸준한 연습”이란 그의 말은 으레 내뱉는 입바른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실력을 늘리려는 욕심에 무조건 많이 타는 것만 생각했었다”며 “타다 보니 매일 꾸준히 일정량 이상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짚었다.

또한 “그런 점에서 산악자전거는 치과진료와도 비슷하다”며 “매일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면 그것들이 쌓여서 임상실력이 늘고, 또 그만큼 치과도 잘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산악자전거에서 배웠다”고 빙그레 웃었다.

최 원장이 산악자전거를 시작한 계기도 남다르다. 그에게 있어 산악자전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지켜야 할 삶의 중요한 의미였다.

그는 “많은 애호가들이 건강을 이유로 산악자전거에 빠지지만, 나는 달랐다”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을 찾다가 산악자전거를 시작했다”고 소회했다.

또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 대신 탈 것을 찾다가 산악자전거를 접하게 된 것이 시작”이라고 감회에 젖었다.

산악자전거, 특히 랠리는 마라톤과 비견될 정도로 자신과의 싸움이 강조되는 운동이다. 거친 산길을 때론 자전거를 타고, 때론 자전거를 어깨에 이고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숨이 막히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나중에는 팔과 다리에 힘이 쭉 빠질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졸음과도 사투해야 한다. 날씨가 궂을 땐, 쏟아지는 비와 함께 진창길과도 싸워야 한다. 이토록 힘든 싸움을 최 원장은 무엇 때문에 하는 걸까?

그는 “한 번씩 긴 랠리를 스스로 해내고 나면, 어디서도 얻기 힘든 자신감이 생긴다”며 “이런 것도 하는데 뭔들 못하겠냐 싶어 삶의 순간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또한 “힘들게 걷다가도 탁 트인 자연경관을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힐링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건강한 삶을 사는데 산악자전거만한 취미는 없다”고 예찬했다.

36시간 만에 280km를 주파하는 것보다 매일매일 운동화 끈을 조여 매는 것이 힘들다는 최 원장. 하루하루 운동화 끈을 매는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맞이하는 최 원장이 있기에, 그의 환자들도 환하게 웃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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