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문의제 입법예고’ 놓고 물밑전쟁 치열

치협, '이언주 법' 국회 법안소위 상정
교정과동문연합 8월초 복지부장관 면담으로 맞불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9월 국정감사서 쟁점화 시도

최근 전문의제 문제가 또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달 복지부의 독자 입법예고(다수개방) 추진은 치협 임원들의 항의방문으로 일단락 됐다. 치과계에선 적어도 교정과동문연합서 청구한 행정심판 결과와 일부 전문의들이 제기한 77조 3항에 대한 위헌소송 판결까진 조용할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문의제를 놓고 벌이는 물밑전쟁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치협은 지난 7월 중순 ‘이언주 법(치과병원급만 전문의 표방)’을 국회 법안소위에 상정시켰다. 이후 세월호법 등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제대로 논의는 이루지지 않고 있으나, 법안소위 상정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 기간 동안 교정과동문연합도 손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 8월초 교정과에선 복지부장관을 면담했다. 교정과동문연합은 이 자리서 기수련자들에 대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교정과동문연합은 내달 정기국회 국정감사서 전문의제를 쟁점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벌써 TK출신 여당 실세의원의 실명이 거론될 만큼 구체적인 국감 시나리오마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다. 그동안 다수개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임종규 국장이 대변인으로 보직변경됐으나 복지부는 여전히 독자 입법예고 카드를 포기하지 않은 눈치다. 시중엔 복지부가 ‘의료민영화’ 이슈에 가려 ‘전문의제 독자 입법예고를 미루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같은 분석은 거꾸로 의료민영화 쟁점이 일단락 된 후에는 복지부가 다수개방안을 독자적으로 언제든지 입법예고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전문의제를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18일엔 복지부 주재로 치협 임원진과 치과계 다수개방 찬성단체들이 모이는 전문의제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서 합의점을 도출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복지부가 합의를 종용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복지부가 치과계 내부의 합의를 종용하는 그림을 만들고 독자 입법예고  ‘명분 쌓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이러한 역학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와 같이 복지부의 속내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서 치협이 굳이 3자 회동에 나서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달 1차 모임엔 교정과, 보철과 구강외과 3개 과에서 참석했다. 그러나 이중 2개 과에선 학회장이 아닌 임의단체 회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치협에선 최남섭 회장과 장영준 담당부회장, 이상호 지부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아무리 복지부가 주선한 모임이라고 해도 ‘격’이 맞질 않는 자리다. 복지부가 학회장도 아닌 임의단체 회장들이 참석하는 모임을 주선하고 치협 회장단이 이에 응하는 모양새는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자칫 치협이 복지부와 다수개방 찬성단체들이 펼쳐 놓은 자리에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지난 달 1차 모임은 복지부 임종규 국장이 회의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 국장이 보직이 바뀌어서 그 자리는 아직도 공석인 상태다. 따라서 18일 모임엔 회의를 주재할 복지부 국장이 부재하다. 설령 모임을 이어간다 해도 복지부 신임 주무국장이 발령을 받은 이후로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치협으로선 18일 모임을 조건부 연기할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일부에선 차라리 전문의제가 시행되고 있는 10개 진료과목 학회장들을 대상으로 토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여기엔 다수개방을 찬성하는 학회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소수정예를 선호하는 학회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치협의 입장은 어느 자리에서도 뻔하다. 대의원총회서 결의한 소수정예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지부장협의회서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소수정예 사수’를 촉구했다.

한편 이언주 법안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관의 의견은 ‘적극적인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스탠스를 취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도 전문의제가 치과계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게 자명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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