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재료상, 쇼핑몰 가격장난 ‘도 지나쳐’

업계 “할인만 노리는 하이에나 같다” 울분
영업사원 간 출혈경쟁 양상도 점입가경

최근 몇년간 치과계를 관통해온 화두는 ‘가격’이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 몇만원 차이에 치료여부가 결정되고, 몇천원 차이로 거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치과계 구성원 모두가 가격 추이에 눈에 불을 켜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재료상과 쇼핑몰의 가격 흐리기가 무서워 특판도 주저할 정도다. 이젠 복구가 어려울 만큼 무너진 가격체계 속에서, 더 이상의 출혈은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서울역의 한 업체 대표는 “무서워서 특판을 못 하겠다”며 “기간이나 수량을 한정해도, 한 번 판매가가 떨어지면 가격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제품가격이 특판을 이유로 잠시 낮춰지면, 그것을 핑계로 계속 낮은 가격을 고수하는 배짱 영업에 나서는 일부 업체가 문제다. 판매업체 입장에선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모 업체선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관리할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의 꼼수영업도 이에 한몫 하고 있다. 업체가 신경 쓰기 어려운 주말을 골라 ‘번개 할인’으로 가격을 흐리는가 하면, 특판을 트집 잡아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려고 애를 쓴다. 공식적인 거래 없이, 바터로 구한 제품으로 장난치는 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모 온라인쇼핑몰에 납품하지도 않은 제품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가 이뤄져, 며칠 동안 거래처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임플란트나 골이식재 분야선, 대리점이나 영업사원 사이의 출혈경쟁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같은 수입사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끼리 거래처 하나를 두고 과도한 가격경쟁에 나서는가 하면, 공급가 이하의 판매가로 거래처부터 확보하고 보는 영업사원도 있을 정도다.

한 골이식재 취급업체 대표는 “이제 골이식재 시장은 7~8% 마진만 남겨도 괜찮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시장이 흐려져 있다”며 “제품 설명은 제대로 못하면서, 무조건 원하는 가격에 맞춰주겠다는 식의 영업방식이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치과의사들도 이 같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제품 퀄리티는 뒷전,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업계도 과도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원세팅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 적잖은 원장들이 중국산이든 불법이든 상관없으니 품목당 최저가로 무조건 맞춰달라고 요구한다”며 “수입제품은 물론, 국산도 발붙일 자리가 없다. 곧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치과의사 입장에선 낮은 가격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업력이 지긋한 한 원로 도매업체 대표는 “마음만 먹으면 잠깐 가격을 흐려 이익을 당겨올 수 있다”면서도, “많은 업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당장은 치과의사나 업체나 이익이 되지만, 왜곡된 가격구조가 결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만 살자고, 또 잠깐 힘든 것을 면피해보겠다고 꼼수를 부린 업자들 때문에 시장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부담을 안고 낮은 가격에 팔면 잠시 버틸 수 있겠지만, 시장은 무너지고 치과의사는 점점 질이 떨어지는 제품만 구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이 계속 공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아직 없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유관단체와 업계의 움직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덴탈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