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치과계 내홍으로 몰고 갈 수도… 한의협 반면교사 삼아야

치과전문의제도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치협 총회는 다가오는데, 요구만 있을 뿐 문제를 해결할 명쾌한 대안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시도 지부총회를 통해 드러난 개원가의 정서는 여전히 ‘8% 내 배출’에 갇혀 있다. 하지만 8%가 물 건너 간지 한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따라서 기왕 8%를 지키지 못할 바에야 원하는 치과의사 모두에게 전문의 자격을 주자는 ‘다수개방안’이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지부총회에선 특히 다수개방안의 바람이 거셌다. 표현은 다르지만 거의 모든 지부들이 다수개방안에 손을 들었다. 이외 전문 과목 표방을 금지하거나 의료전달 체계를 확립해 전문과목만 진료하게 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법리적인 문제에 봉착하면 해결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지부총회 대부분 다수개방안에 손 들어
다수개방안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의에 관한 한 치과계와 같은 코스를 가고 있는 한의협의 경우가 좋은 반면교사가 된다. 한의협의 경우 당초 10% 배출을 목표로 삼았으나 이미 지난해까지 전체 한의사의 10%에 가까운 1520명의 전문의를 배출했다.

여기에다 ‘전문과목 표방 금지’ 기한을 겨우 1년 연장하는데 그쳐 내년부터는 1차기관에서도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게 됐다. 일반 한의사들이 개원가에서 8개과의 전문의들과 뒤죽박죽 경쟁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자연 다수개방안이 고개를 들었다. 한의협의 주도로 부랴부랴 전문의제도 개선안이 마련됐고, 이 개선안의 골자는 ▲수련체계의 이원화 ▲제도개선 시점 모든 한의사면허 취득자에 대해 일정기간 교육이수 후 기존 8개 전문 과목 진입허용 ▲신규과목 도입 추진해 도입 시점의 모든 한의사면허 취득자에게 특례인정 ▲전문의자격 복수취득 활성화 등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다수개방안이 분명한 반대세력을 갖는다는 데에 있다. 한의대생들이 협회를 점거하고 공청회를 방해한 이유도 원하는 한의사들에게 모두 전문의 자격을 주면서 정작 학생들은 졸업생의 25%만이 수련을 받게 되는 체제에 불만을 가진 때문이다.


치과계의 경우는 어떨까. 다수개방안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든 새로운 제도로 손해를 보는 계층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그러면 또 다시 전문의를 두고 치과계 전체가 갈등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관건
이수구 협회장은 서치 총회에서 잠시 발언기회를 얻어 제발 이런 사태만은 막아 달라고 대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협회장은 ‘전문의 문호를 기존 치과의사들에게 개방할 경우 치과계가 또 다시 내홍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전문의는 2차 의료기관 이상에서만 진료를 하도록 유도하면 개원가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수구 협회장은 요즘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입법 활동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정미경 의원을 만나 치과의료 전달 체계 확립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 추진을 제안했다. 치과전문의가 1차 의료기관 개설 시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않으면 일반의와 동일한 진료를 할 수 있지만, 표방할 경우 해당 전문과목만 진료토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법리적인 판단이 따라야 하겠지만, 이 협회장은 일단 ‘전문의 문제의 기본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은 8%의 굴레에서 집행부를 자유롭게 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시도들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관심 있는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4월 25일의 대의원총회가 치과전문의제도를 두고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한의협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결정이야 대의원총회가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치과계 전체가 또 다시 갈등을 빚게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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