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게도 잘못 뽑은 책임은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치과계도 점점 민의가 표출되고, 존중되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기저에는 사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 같았으면 대면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최소한 편지라도 띄워야 할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대와 맞닥뜨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면대해서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진데다 동조세력을 규합, 여론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근래 들어선 AGD를 둘러싼 사이버 상의 공방에서 이런 류의 민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협회의 잘못을 꼬집어 시행중인 사업의 환원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론 ‘협회를 탈퇴하겠다’며 집행부를 압박하기도 한다.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집행부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름의 회무철학으로 선거라는 검증 과정을 거친 세력임에도 그런 과정과 선택에 대한 존중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마치 지금 당장 내 의견과 충돌하고 있는 정책 노선만이 절대적인 문제라는 식이다.
사안별로 집행부의 잘못이 없진 않겠지만, 이 경우엔 그런 집행부를 뽑은 회원의 잘못에 대해서도 함께 따져봐야 공평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선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상대만큼 서로에게 위험한 상대는 없으며, 유권자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선 내년 4월로 다가온 협회장 선거를 통해서도 존중할만한 집행부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창회 선거대신 공약 따져야
치과계의 선거 분위기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팽팽해진 상태이다. 집행부 내의 판세 다툼에 외부 인사들까지 가세해 부지런히 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방은 이미 예비 후보들의 각축장이 된지 오래고, 이전의 선거방식 그대로 대학별 동창회에 선을 대기 위한 서로간의 경쟁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영향력 있는 두 인사의 연대설이 펴져 나가 경쟁 상대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름이 오르내리는 협회장 후보들이 어느 대학과 어느 지부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화제가 될 뿐 이들이 어떤 회무철학을 가졌고, 어떤 공약을 준비 중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아직도 동창회 선거가 유일한 선거방법이며, 대의원 구워삶기가 가장 효과적인 득표수단이라고 믿는 인사들이 출마를 준비 중이고, 또 그런 인사들을 방치하는 대중들이 유권자 그룹이라면 치과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세월이 흘러도, 그래서 온 세상이 바뀐 다음에도 여전히 치과계는 함부로 뽑은 집행부를 향해 돌팔매나 날리는 민의가 회무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좋은 집행부를 탄생시킬 준비부터 갖춰는 것이 중요하다. 제언하자면,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매니 페스토운동을 치과계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준비없인 선거 문화 못 바꿔
치과계에서도 후보들이 동창회 선거를 하지 못하도록 공약검증 운동을 펼쳐 나가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는 후보에게 표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대의원들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후보에 대해선 낙선운동도 불사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의원제도의 핑계 뒤에 숨어 있는 것도 비겁하다. 유권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을 말 그대로 유권자의 대리인으로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매를 들더라도 스스로 애정으로 뽑은 집행부에 대해 잘못을 따져야 서로가 공평하다. 지금처럼 선거에는 관심도 없다가 집행부를 성토하는 일에만 열을 내서는 치과계의 발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 치협 선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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