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감소, 고정비용 증가로 ‘이중고’… 일부치과 임대료 연체되기도

개원 선호지역서 기피지역 된 강남벨트

강남이 심상찮다. 최근 경기불황의 골은 깊고도 넓다. 동네치과 개원환경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강남지역 개원가의 체감경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 지역 일부 치과들은 최근 임대료를 체납하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용 경영난 부추겨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벨트는 한때 치과의사들의 대표적인 개원선호 지역으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선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큼 정반대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강남지역이 예비 개원의들의 개원 기피지역으로 변한 것이다. 올 하반기 강남지역에 개원을 준비하던 예비 개원의 상당수가 개원일정을 미뤘다. 또한 일부는 아예 개원예정지를 강남이 아닌 비강남지역으로 궤도 수정했다.

강남지역 개원가의 위기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강남지역에 개원하는 치과의 평균 사이즈는 큰 편이다. 또한 덴탈CT, 레이저 등 고가장비 구매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에 평당 인테리어 시공비용도 비싸다. 한마디로 강남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개원비용이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의 한 원장은 “요즘 모든 동네치과가 힘들겠지만, 특히 이 지역(강남) 주변치과 대부분의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며 “반면 임대료와 인건비, 유지비 등 고정비용은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고, 여기에 개원초기 활용했던 금융부채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남구의 또 다른 원장은 “최근 개원가는 10년 전 IMF 때보다 더 힘들다”면서 “수개월째 적자경영에 허덕이다보니 임대료는 고사하고 매달 직원 급여 맞추기도 빠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수가’는 옛말

지속적인 수가하락도 강남 개원가의 경영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개원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도 일정부분 진료수가로 보상 받았다. 일종의 ‘강남수가’를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나 ‘강남수가’는 이미 옛말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임플란트 수가는 “서울에서 가장 싼 지역이 강남”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돌 정도다. 서울 서초의 K원장은 “최근 치과를 찾는 절대환자 숫자가 크게 감소한 것도 동네치과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개원가의 경쟁으로 임플란트 등 진료수가의 지나친 하락이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지역 임플란트 수가는 크게 하락했다. 국산 임플란트 150만원 받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여기에 계속되는 불황으로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치과치료를 미루는 현상이 뚜렷하다. 올 초 강남지역에 신규 개원한 C원장은 “지금까지는 적자운영을 감내하면서 견디고 있으나, 다가올 겨울방학 특수마저 별 성과가 없다면 병원축소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올 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치과 급여, 임대료 맞추기도 빠듯

강남지역은 외부마케팅에 치중하는 대형치과들의 전쟁터다. 이들 대형치과들은 대중매체 광고는 물론 전단지 배포, 기업마케팅 등 환자유치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 대형치과 상당수는 높은 고정비용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기에 외부마케팅을 멈출 수도 없다. 인근의 P원장은 “각종 방법을 동원,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진료수가만큼은 덤핑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올해 주변에 대형치과가 진입하면서 진료수가를 크게 낮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미 강남지역 개원가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고 있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사라진지 오래다. 올 겨울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경우, 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비싼 강남 개원가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래 전 강남지역 구회장을 역임했던 한 원로 치과의사는 “갈수록 동네치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기불황까지 이어져 개원가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주변치과에 피해를 입히는 방식을 자제하고, 고통을 나눠 짊어질 수 있는 동료의식이 절실”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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