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변호사 통한 보조참가자 등판도 안해 … 기각도 아닌 각하 결정 ‘보존학회 책임론 대두’
김철수-안민호-이상훈 차기선거 의식한 입장문 발표 … ‘현안에 대한 관심’ 정무적 감각 어필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8일 통합치의학 전문의 경과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이 문제로 치과계가 소란스러웠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허무한 결말로 종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앞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보존학회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헌법재판소의 기각도 아닌 각하 결정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각하’는 말 그대로 ‘헌법소원 청구요건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당초 헌소를 제기한 보존학회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는 결말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단체서 법리적 판단을 받아보는 과정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헌재의 ‘각하’ 결정은 보존학회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다.

헌재 판결 이후 헌소를 제기한 보존학회에 대한 비난은 치과의사 커뮤니티 공간서 넘쳐 난다. 다만 판결에 대한 보존학회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보존학회 안팎에선 판결 전 이미 ‘헌재 판결에 기대가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소송은 끝이 났다. 보존학회는 완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 헌재의 각하 결정의 승자는 누구인가. 이 점이 참으로 아리송하다.

헌법소원은 청구인만 존재하지, 피청구인이 없다. 일반 소송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헌재의 각하 결정으로 청구인 보존학회는 패소했으나, 최소한 법적으로 승소의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날 판결이 있었던 헌법재판소 재판정에는 예상보다 적은 인원만이 직접 참관했다. 여럿 사건이 한꺼번에 선고가 이루어지는 자리지만, 재판정 절반 이상은 빈 좌석이었다. 앉을 자리가 없었던 지난 5월 대법원의 1인1개소법 관련 판결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치협 김철수 회장과 안민호 부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치협서도 김철수 회장과 안민호 담당부회장 정도만 자리를 지켰다. 갑작스러운 판결이어서 그런지 치협 주무이사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그동안 헌소를 제기한 보존학회를 강하게 비판해 온 전치협서는 공동대표단이 아닌  이상훈 위원만이 직관에 나섰다.

치협 김철수 회장과 전치협 이상훈 위원은 판결 이후 현장서 각각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결과적으론 치협이나 전치협이 환영할 만한 판결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치협이 법리적으로 역할을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에 보조참가자로도 등판하지 않았다. 또한 보존학회서 사전에 헌소를 철회시키는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점을 들어 ‘치협이 승소한 사건도 아닌데, 승자처럼 현장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오버 아닌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이후 전치협 이상훈 위원이

관련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치협은 수개월 전 ‘보존학회 인준 취소’ 등 강하게 어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정작 헌재 판결에는 이상훈 위원만이 현장을 지켰다. 또한 법리적으론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헌재 판결 이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참석 기자들 보도사진에 찍혀 언론에 나온 사람들(김철수 회장-안민호 부회장-이상훈 위원)은 내년 차기회장 도전이 유력시 되는 인물들이다. 정무적인 감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실 헌재가 합헌(각하 또는 기각)이 아닌 위헌 판단을 했다면 치과계가 치러야할 대가는 엄청났을 것이다. 첫 전문의시험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헌재의 판결 결과는 내년 치협회장 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게 자명하다.

그렇다보니 헌재 판결 현장을 찾아 입장문을 발표한 인물들의 행위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아무리 협회 임원이나 단체 위원이라고 해도 갑작스럽게 진료를 빼고 헌재 판결 현장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배경이 차기회장에 도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작 이들이 현장서 발표한 입장문에는 원론적인 내용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예비 협회장 후보로서 회원들에게 ‘치과계 현안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는 자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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