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분진 마시며 밤 12시까지 근무

기공소 취직 1년차 기공사의 하루는 고되다. 아침 9시에 출근에 보통 12시까지 근무한다. 9시 퇴근은 일찍 한 편이다. 하루 종일 기공 연마 시 발생하는 분진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서 일한다. 마스크를 쓴다고는 하지만 하루 내내 쓰고 있을 수는 없고 마스크가 모든 분진을 막아준다는 보장도 없다. 골드 캐스팅 작업 때 쓰는 염산에 부상을 입기도 한다.

작업시간도 문제다. 외국의 경우 기공 작업 기간을 2주를 주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4박5일만에 만들어 내야 한다. 또한 기공소의 운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분량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하는 소위 ‘갯수떼기’가 초과 근무를 초래하는 커다란 원인이다.

모 기공소에서 일하는 한 기공사는 “많은 업무량이나 긴 업무 시간 같은 것보다 더 힘든 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시간은 차치하더라도, 기공 실력을 기르거나, 선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유학을 위해서는 외국어 공부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을 가질 수 없는 등,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한다.

월급 100만원~120만원
이런 환경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치기공사의 봉급은 초라하다. 대졸 초봉이 100만원에서 120만원 사이. 적은 곳은 80만원인 곳도 있다. 1년이 지나야 겨우 150만 원선이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초과근무 수당을 주는 경우도 없다. 심지어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병원 기공실의 근무 환경은 기공소에 비해 조금 낫다. 정시 출근 정시퇴근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공사들은 기공소보다 병원 기공실에 취직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봉급 수준은, 얼마나 받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병원 기공실 6년차 기공실장도 부끄럽다면서 말을 해주지 않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이런 열악한 치기공 환경 때문에 학교 졸업 후 외국으로 나가는 기공사도 많다. 그러나 많은 봉급을 받으면서 선진 기술을 배워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우리나라 기공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새로 배운 기술 없이 노동력만 착취당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공사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가장 주된 이유를 치기협에서는 기공수가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공수가가 외국에 비해서 너무 낮다는 것이다. 치기협에서는 기공 수가를 보철수가 대비 20% 인상을 목표로 잡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기공소 간의 가격 경쟁도 문제다. 치기협에서 기공수가의 최하한선을 잡아 놔도 그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안이 찼으면 밖으로 나가야
기공소를 운영하는 기공소장의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해에 기공사가 1500여명이 배출되고 기공소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한정 돼 있다. 거기다 최근에는 침체된 나라 경제까지 겹쳐 기공소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많은 수의 기공소들이 인원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무환경개선에 쏟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치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기공실장은 “기공소의 여건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기공소장들의 환경개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공소와 기공사 개인은 가격이 아니라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공물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공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외국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이 가득 찼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김형욱 기자 khw@dental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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