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소대응 특위 “헌소 철회 없이는 더 이상 대화 무의미” 사실상 최후통첩
보존학회 “명칭변경 협의체 구성과 공청회만으론 헌소 취하 결정 어려워”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해결책은 없는가. 지난해 12월 제기된 관련 헌소는 아직도 주요쟁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치협 헌소 대응 특위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진행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존학회에 ‘명칭변경 논의와 헌소 철회’를 동시에 진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는 사실상 보존학회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이 짙었다.

그동안 치협과 보존학회는 크고 작은 이견에 대한 조율을 대부분 마쳤다. 마지막 쟁점으로 ‘통치 명칭변경’ 문제만이 남았다. 다만 명칭변경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통치 명칭변경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었다. 당초 보존학회 등 헌소 청구인들은 ‘미수련자들이 300시간 교육만으로 전문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게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헌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지금 쟁점으로 남은 문제는 경과조치가 아닌 명칭변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애초 헌소 청구인들은 통치 경과조치보다 ‘명칭변경에 주안점을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통치 명칭변경을 이루어내기 위해 헌법소원을 압박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정철민 위원장>

이날 기자간담회서 헌소대응 특위는 이 같은 점을 의식했다. 정철민 위원장은 “그간 공문을 통해 보존학회 입장을 충분히 들었다”며 “보존학회서 제안한 명칭변경협의체 구성과 공청회를 열테니, 보존학회도 헌소 철회를 동시에 실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요청은 보존학회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헌소 철회가 선행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치협은 5자 협의체(치협, 보건복지부, 치의학회, 보존학회, 통치학회)든 6자 협의체(기존 5개 단체에 대의원총회 대표)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보존학회 제안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청회도 열어 치과계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와 함께 특위는 ‘보존학회도 명칭변경 논의와 공청회 실시에 맞춰 헌소 취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얼핏 보면 아주 심플한 제안 같다. 그러나 이 같은 특위의 요청은 보존학회서 쉽게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존학회는 기본적으로 명칭변경을 전제로 헌소 취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만약 협의체 구성과 공청회 개최만으로 헌소를 취하할 경우 명칭변경은 사실상 물건너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명칭변경은 쉽지가 않다.

5자 협의체 구성원 중 보건복지부와 치협, 치의학회는 양 학회(보존학회-통치학회)의 합의를 전제로 명칭변경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통치학회가 명칭변경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통치학회가 명칭변경에 동의할 경우의 수는 기존 통치보다 더 나은 명칭일 때만 가능할 것이다.

이미 명칭이 확정되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통치학회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 설령 5자 협의체서 명칭변경에 합의해도 대의원총회라는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이는 보존학회 주장처럼 협의체에 대의원총회 대표를 참여시켜도 풀기 어려운 난제다.

현재 통합치의학과 교육 신청자는 3,033명에 달한다. 통치 명칭 그대로 교육신청자를 받아, 경과조치 도중 명칭변경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나아가 내년 6월이면 첫 통치 전문의가 배출될 예정이다. 이 시점에는 명칭변경이 더 어려워진다.

이 점이 보존학회를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보존학회는 기본적으로 첫 통치전문의가 배출되는 내년 6월까지 헌재 판결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올 연말까지 통치 명칭변경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내년 1월 ‘교육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현재 교육이 진행되는 시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약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보존학회의 헌법소원 동력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도 보존학회는 치과계 공분을 살 게 자명하다. 소송으로 교육이 강제 중단된다면 이기주의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헌소 대응 특위는 급할 게 없는 듯 하다. 정철민 위원장은 “만약 보존학회서 1월 교육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 더 이상 대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치협도 법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보존학회에 대한 다각적인 카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위는 보존학회서 우려하는 ‘헌소 철회 후 명칭변경 논의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점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은 “보존학회서 헌소를 철회해도 협의체서는 충분히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보존학회는 논의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명칭변경에 대한 보다 분명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역으로 ‘명칭변경 약속 없이는 헌소 철회가 어렵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특위와 보존학회는 서로 선택지가 넓지 않다. 보존학회서 요구하는 가정치의학과로의 명칭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 통치학회가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협의체 논의에는 참여한다고 밝힌 배경도 명칭변경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통치 경과조치를 두고 제기된 헌법소원은 명칭변경이라는 벽에 부딪혀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보존학회와 특위가 주고받는 제안과 역제안은 그저 여론을 의식한 출구전략 일환으로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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