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9일) 서울지방경찰청의 공식 수사결과 발표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신흥 리베이트로 치과의사 43명 형사 입건’에 대한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공식 입장문이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되었다.

치협은 입장문서 “이번 사건은 해당업체(신흥)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영업방식으로 유통시킨 패키지 제품을 일부 치과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서울경찰청 수사결과와 달리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

그러나 이 같은 치협의 공식 입장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물의를 일으킨 신흥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데 급급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치협의 입장문은 사실관계부터 왜곡했다. 치협은 보도자료서 ‘1,000만원 상당의 임플란트와 합금을 600만원 패키지로 치과의사 43명에게 팔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신흥 매키지 구매 치과는 전국적으로 1,2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어제 입건된 치과의사 43명은 ‘3,000만원 이상 리베이트 수수 대상자’라고 형사기준을 공개하였다. 그럼에도 치협은 마치 전체 패키지 구매 치과의사가 43명인 것처럼 축소 표기하였다. 충분히 오해받을 만한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치협이 나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단언한 점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하여, 11월 초 신흥 본사를 압수수색하였다. 이후 압수물 분석을 통해 100명에 가까운 관련자 소환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어제 공식 수사내용을 발표하였다.

현재로선 유무죄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경찰은 1년 동안의 수사를 통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설령 검찰이 기소하여 재판에 회부해도 혐의인정 여부는 지켜봐야만한다.

다만 그간의 수사과정을 지켜볼때 기소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때 수사팀은 신흥 이용익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의 심각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치협이 하룻만에 ‘신흥의 패키지 상품은 정상적이고, 법의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치협이 섣부른 법리적인 판단을 공식화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이러한 안이한 인식은 자칫 사건을 더 키우는 빌미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유사한 임플란트 판매방식에 대한 리베이트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로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동반한 제보가 들어오면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늘 치협이 배포한 입장문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앞으로도 보험 치과재료를 싸게 구매하기 위해 해당업체 감싸기'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어제 포털에 기사가 뜨자, 댓글로 붙은 내용을 살펴봐라.

잘못은 업체가 제공하고 욕은 치과의사들이 먹는 프레임이다.

따라서 현 시점서 치협이 물의를 일으킨 신흥의 입장을 무리하게 대변하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지금은 입건된 치과의사 43명을 파악하여, 앞으로 있을 법리적 다툼에 도움을 주는 게 먼저다.

일각에선 치협이 신흥으로부터 여러 가지 방식의 협찬을 받다 보니, 지나치게 ‘신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해당업체는 쉬쉬하는데만 급급해 왔다.

43명의 치과의사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무 문제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업체의 말만 믿고 있다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었다. 이들 중 리베이트로 인식하고 패키지를 구매한 치과의사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임플란트와 합금을 싸게 사려고 했을 뿐’이라는 하소연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신흥 리베이트 사건은 ‘해당업체의 무리한 영업방식으로 일부 치과의사들이 형사 입건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치협이 회원보호에 앞서 입장문을 통해  ‘신흥을 두둔하고 대변하는 자세’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심지어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영업방식이니, 법적 저촉도 없다’고 단언하고 나섰다. 경찰의 공식 수사결과를 치협이 나서 정면으로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신흥 조차도 이러한 스탠스를 보이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회원들을 보호해야 할 치협이 앞장서 해당업체 대변에만 급급하는 모양새다. 연루된 치과의사들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한발짝 더 나아가 치협은 '신흥이 임플란트와 합금을 상당부분 할인 했을 뿐, 업체의 높은 재료할인율을 고려할 때 리베이트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치협의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당초 임플란트가 보험이 되지 않았다면 리베이트 대상이 될 수 없다. 임플란트 업체들은 이미 심평원에 재료대를 등록해 놓고 있다. 보험대상이 된 임플란트에 대한 할인판매 자체가 문제가 된다.

특히 경찰 발표에 따르면 신흥은 심평원 재료대 상한가에 맞춰 패키지 금액을 조정한 것으로 나와 있다. 수사팀이 치과가 싸게 구매해서 비싸게 보험청구 한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다. 할인판매 주장 자체가 모순되는 논리인 것이다.

또한 합금을 40%씩 할인하여 판매하는 업체가 없다. 치협이 주장한 ‘상당한 할인’은 신흥이 경찰 조사과정서 유지했던 해명과 같다.

치협은 회원을 위한 직능단체다. 아무리 협찬을 많이 해줘도 업체가 회원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처음 치협의 입장문을 접하고 '신흥과 상의하여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협찬업체 심기보다 형사입건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을 43명의 치과의사에 대한 실태파악이 우선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자세에 대한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다.

오늘 오전 언론사에 배포한 치협의 입장문이 씁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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