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수 집행부가 선거무효로 인한 재선거 우여곡절 끝에 출발선에 다시 섰다.

재선거 당선자 임기논란은 잔여임기로 정리되었다. 지난 12일 대의원총회서도 잔여임기로 못을 박았다. 이로써 김철수 회장 임기는 2020년 4월까지다. 차기회장 선거를 감안하면 제대로 회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만큼 김철수 집행부에게 남은 시간은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치협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는 산더미 같다. 그중에서도 복지부와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파국을 걱정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의 응시자격 회비연계’로 시작된 치협과 복지부의 기싸움은 최근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회비 완납자와 미납자에게 ‘똑같은 조건으로 전문의 응시자격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치과계 내부에선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분회서 지부와 중앙회비를 함께 걷어 올려 보내는 회비 납부방식에선 더욱 그렇다. 회비 납부여부에 관계없이 전문의 응시조건이 같다면 완납자들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복지부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전문의 자격시험은 복지부가 치협에 위탁하여 진행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복지부가 전문의시험 운영방식에 개입할 명분은 존재한다.

또한 복지부 입장에선 ‘전문의 회비연계’로 인한 민원을 마냥 모른 채 할 수가 없다. 회비 납부여부는 치협 내부의 관점이지, 복지부 입장서는 똑같은 치과의사일 뿐이다. 회비 미납자들의 민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전문의 회비연계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치협에 수차례 내려 보냈다. 그러나 치협은 회비 완납자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복지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여기까진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후 복지부와 치협은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갈등의 골을 키웠다. 복지부는 지난 1월 4일 치협 신년교례회에 소속직원 중 아무도 참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복지부는 그것도 행사 하루 전날 ‘아무도 참석할 수 없다’는 내용을 치협에 통보해 줬다. 같은 날 의협과 약사회 교례회에 장관이 직접 참석한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또 이미 모두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던 구강보건정책과 부활은 신년 교례회 며칠 전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구강보건정책과 불발은 전문의 회비연계로 불거진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후 복지부는 치협에 대한 특별감사와 수련병원 실태조사 주관권을 치병협으로 이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이 점은 지난 대의원총회서도 문제가 지적되어, 논란을 빚었다.

또 지난 4월 말에는 전문의 회비연계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협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는 앞으로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역시 복지부와의 갈등이 ‘단초를 제공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2일 정기대의원총회는 복지부와 대면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 자리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날 복지부에선 임혜성 구강생활건강과장이 총회에 참석하였다. 비록 과장 직급이지만 장관을 대신하여 치협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과거 전례로 볼 때도 의전서열 1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치협은 총회 개회식서 임혜성 과장에게 축사 기회마저 배려하지 않았다. 의전서열대로 첫 번째 소개하면서도 축사는 배제했다. 이를 두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상당수 참가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치협 집행부 임원들 사이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임 과장은 개회식 후 돌아가면서 우연히 마주친 다른 치과계 유관단체장에게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날 집행부에선 ‘당초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당일 갑자기 과장이 왔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설득력이 전혀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과거 대의원총회에 과장이 참석한 사례는 적지 않다. 그렇다고 축사를 배제시킨 전례는 없다.

치협은 전문의 회비연계로 촉발된 복지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하루 빨리 회복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재선거로 사실상 수개월의 회무공백을 경험한 김철수 집행부에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이날 치협이 보여준 행사준비나 무딘 정무감은 너무나 아마추어 같았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총회를 마친지 수일이 지난 지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김철수 회장이 직접 찾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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