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2017년을 보내고 2018년을 맞이하는 세밑에 이 조각전을 보게 된 게 정말 행운이었다.

시간은 오늘도 흐르고 계속 흘러왔으며 또 흘러갈 것이다. 그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을 사는 것이 곧 삶이다.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없다면 그저 시간일 뿐이다. 그 시간을 채워가는 나만의 고유한 삶, 그것이 살아가는 존재에게 부여된 인생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의 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건 기억되는 삶은 존재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자위로 나아가고 더 나은 나를 발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잘살아 가고 있는가’의 질문을 던지기 가장 좋은 때, 한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 한 시기가 시작되는 순환의 교차점서 나는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마주했다.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살아가야 할 시간을 계획하고 싶은 시간. 절묘한 타이밍에 그의 전시는 깊은 영감을 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걸어가는 사람’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뼈와 매끄럽지 않은 피부만이 존재하는 그는 다리도 팔도 몸도 한없이 길다. 넓은 보폭이 주는 경쾌함이 바로 옆을 걷는 듯하다.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들을 버리고, 최소한의 존재의 구성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삶. 어디로 가든 무엇으로 귀결되든 도무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의 표정은 니체의 초인을 연상케 했다.

니체의 초인은 자신을 초극해 나아가야 하는 목표로 삼고, 영겁으로 회귀하는 운명을 참아내며 신을 대신하는 모든 가치의 창조자로서 풍부하고 강력한 생을 실현한 사람을 말한다. 이는 마주한 시련을 극복하고 강력한 삶의 의지로 오늘도 나아가고 있는 자로서의 해탈의 느낌이다. 결국 오늘도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실존은 무거움이 무겁지 않은 듯 경쾌한 발걸음이다. 검은 장막으로 둘러쳐진 구도자의 방처럼 경건함이 흐르는 전시지만, 벌판에 놓여있는 듯 시원하다. 한없이 맑고 청량하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 어제도 살아왔고 오늘 순간도 살아내고 또 내일을 마주하는 삶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할지 때론 길을 잃어도 걷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길은 이어질 것이고, 무겁거나 아프거나 슬프다 하여도 걸어가다 보면 작아지는 시련임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어쩌면 지금 걸어가는 행위가 정답일 것이다.

높아지는 인건비, 치열해지는 가격경쟁, 건물마다 들어찬 치과들이 우리를 짓누른다.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녹록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기본을 지키고 의료라는 당위성을 실천하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고 있으니 이에 대한 경외를 선물로 받고, 지나간 시간도 잘 살아왔다는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2018년 새해 다시 또 걸어가야 할 길.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으로 위로와 경외를 보낸다. 보이지 않는 당연한 것들을 철저히 지키며 국민의 구강건강에 가치를 부여하는 치과계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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