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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경영칼럼 (55)] ‘무조건 비싸다는 환자의 심리’환자의 가격저항엔 손자병법의 제승지형을 고민해 봐라
  • 황진이 경영칼럼
  • 승인 2017.08.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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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은 모두 부드럽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마다 생존을 위해 꺾이고 흔들리며 살아남아야 했기에 가능했다. 강한 것은 부러지기 쉽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부드럽다 하여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라고 읆조린 이방원의 하여가처럼 그저 어울려 대충대충 살자는 의미가 아니다.

부드러움은 생명에 가깝다는 말도 있듯이 유연성을 가지고 때로는 침묵할 때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강하게 원칙을 고집하며 그 적용여부에만 매몰된 채 대화를 끌어가다보면 언제나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난 그 가격에 못하겠으니 환불해 달라’는 소리가 상담실 너머로 들려온다. 이미 ‘임플란트 식립을 마쳤는데 어떻게 환불을 하느냐’는 실장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장은 상담 후 모든 내용을 숙지했다는 동의서를 들이 밀며 목소리를 높인다.
환자도 지지 않는다. ‘왜 여기만 이렇게 비싸냐’고 따져 묻는다. 이어 ‘여기서 할 수 없으니,  임플란트 심은 것은 다시 뽑아 달라’고 언성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진료비 분쟁은 비단 우리치과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치과계는 이미 과잉경쟁의 덫에 사로 잡혔다. 그 대표적인 게 가격파괴다.
보험으로 진료해도 임플란트 수가는 120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지하철이나 인터넷에선 임플란트 가격이 75만원, 80만원 광고가 넘쳐난다. 심지어는 길거리 구둣가게서도 환자를 소개해주면 일정금액 수수료를 주는 상황까지 내몰려 있다.

일부치과가 노느니 싸게라도 진료를 하자는 마음인지 갈수록 가격파괴가 심해진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가격저항으로 이어진다. 이미 상담 받고 동의서 작성까지 마친 환자가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가 ‘요즘 무슨 10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임플란트를 하느냐’고 핀잔을 들었단다.  ‘70-80만원이면 다 심는데 넌 완전히 바가지 썼어’라며 놀림을 당한 모양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자신만 비싸게 진료 받았다 생각하니 바보취급 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소연한다. 

모든 진료가 끝났어도 맘에 들지 않는다하여 환불을 요구하거나 정신적 피해보상을 운운하는 환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비행기 탑승시 액체를 반입할 수 없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간장을 직원에게 쏟아버리는 일도 벌어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가격만을 단순비교 할 수 없는 환자에게 진료의 차이점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설득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맘에 드는 환자만 골라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개원가 현실을 무시하고 ‘나 홀로 대쪽같이 수가를 고집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회의감이 든다.

동네치과에선 환자의 수가저항에 유연성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 허실편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두 가지 요인을 언급했다. 승지형과 제승지형이 그것이다.
승지형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세다. 무기체계와 부대의 규모 같은 것이다. 제승지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다. 지휘관의 전술과 부대의 사기, 군사정보, 준비 태세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지형보다 제승지형이 전쟁의 승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제승지형은 적의 생각을 읽는 것과 같다. 겉으로 들어난 상황만 믿고 대처하면 적에게 말리기 십상이다.

치과에서 벌어지는 수가저항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왜 환불을 요청하는지’, ‘임플란트 식립 후에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제대로 경청하고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옳다는 얘기다. 서로 자기 할 말만 해서는 이해의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조금 더 할인이 필요한 상황이면 할인을 할 필요도 있다. 우리의 수가의 정당성은 우리에게만 합리적이지 환자에겐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 시작 전 환자에게 충분히 수가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치료 후에는 환자가 억지를 피우니 진료비를 깎아주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는 명분을 제시하고 진료비 조정을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치과계 스스로가 ‘가격저항’ 빌미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시점이 도래했다는 점이다. 보험수가보다 낮은 진료수가를 버젓이 광고하는 일부 치과들이 가격저항의 빌미를 주는 게 아닌가.
 

황진이 경영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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