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방지법’ 있지만 언어폭력은 여전히 사각지대
반말이나 짜증은 다반사 … 감정노동 우울증 호소 늘어
법원선 ‘고성 등 과도한 영업방해 없으면 업무방해죄 불성립’ 판결

지난해 의료계 숙원사업이었던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많은 동네치과가 환자들의 무신경한 언어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반말이나 짜증은 일상적이며, 심한 경우 욕설이나 성희롱이 자행되기도 한다. 선을 넘는 경우 관련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동네 평판을 고려해야 하는 동네치과선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다. 게다가 대부분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수준의 언어폭력으로, 막상 강경하게 대응하려 해도 방법이 마땅찮다. 최근엔 법원서 의료기관 내 업무방해죄 성립범위를 좁은 범위로 국한시키는 판례까지 나오며,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서울의 한 동네치과서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직원은 “대뜸 반말부터 하거나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경우 짜증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환자응대나 상담 과정서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은 감수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 때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환자 입장선 생각 없이 던지는 말도 듣는 직원 입장선 큰 스트레스가 될 때가 많다”며 “맞대응하기 까다로운 비아냥이나 성적인 발언을 접하면 계속 이런 일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한숨지었다.

특히 환자가 많이 몰려 불가피하게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수납을 여러 차례 요구해야 하는 상황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바쁜 시간 일상적인 응대가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심한 경우 고성을 동반한 욕설세례를 받을 때도 있고, 어르신들의 농담 섞인 성희롱 발언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지난해 시행된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서 진료행위 중인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가해지는 폭행과 협박을 금지하고 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강도 높은 처벌규정으로 상당한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폭행이나 협박으로 보기 애매한 수위의 언어폭력의 경우, 해당 법만으로는 여전히 예방하거나 방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동네치과선 소란, 난동 등의 사유로 처벌이 가능한 업무방해죄가 이 같은 케이스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서 의료기관 내 업무방해죄 적용범위를 좁게 판단한 판례가 나오면서, 이 같은 대응도 어려워졌다. 지난 2월 서울동부지법은 직원 응대가 불친절하다며 치과서 반말 항의로 20분간 소란을 피워 다른 환자들의 진료를 지연시킨 환자에 대해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항의과정서 다소 언성이 높아지고 부적절한 언행을 했지만, 욕설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처벌 대상인 범죄에 이른다고까지 할 수는 없다”며 “고의로 업무를 방해했거나 이를 인식하고 행동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환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와 ‘환자와의 충분한 유대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치협 고충위는 진료실 환자폭력 예방을 위해 △갈등상황 발생시 ‘치과는 공공장소’임을 고지 △민사적 배상 요구될 경우 소송제기가 가능하다고 고지 △난동 지속될 경우 경찰 불러 환자 제지 등의 지침을 수년전부터 회원들에게 홍보한 바 있다. 사전고지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상황 발생 시 경찰신고 등 즉각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랜 개원경력을 자랑하는 한 원로 개원의는 “평소 친절한 환자응대를 생활화하고 진료내용과 대기사유에 대해선 미리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갈등상황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며 “환자와 라포형성을 통해 친밀감을 유지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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