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 소송으로 번지는 케이스 늘어
“생존 위해선 법적해결 불가피” 고충토로
일부선 장비회수 등 극단적 선택도 불사

그간 치과계서 일정기간, 일정금액의 미수금은 단발성 거래가 아니라면 일종의 융통성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며 쌓이는 미수금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엔 열악한 개원여건과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거래업체나 기공소에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오랫동안 미수금을 쌓아두는 치과나 기공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수금을 둘러싼 갈등도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미수금 규모가 커지고 결제가 밀리는 기간이 길어지며, 법적절차나 소송도 불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법적해결은 주저하던 분위기도 점점 바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료상은 “거래치과에 미수금이 수천만원 넘게 밀려 있다”며 “마지막으로 대금 일부를 지급 받은 지도 근 2년이 다 되어 간다”고 토로했다.
또 “최근엔 아예 사업자 명의도 아내 명의로 바꾸고 치과 상호도 바꿨더라”며 “이대로는 버티기 어려워 법적인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오래 거래해온 치과에 채권추심을 진행하고 있다는 한 영세기공소장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수가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수금까지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버틸 도리가 없다”며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도 당장 살아남는 게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심지어는 대금을 못 받은 한 업체가 치과서 납품장비를 회수하다가 절도로 입건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경찰조사 결과 중개업자가 치과서 지급한 장비대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폐업하거나 경영난으로 인해 양도매물로 나오는 치과나 기공소가 증가하는 상황도 수금과 관련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폐업한 상태라면 법적절차를 밟아 법원의 지금명령을 받아내려고 해도, 경영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영업을 이어지고 있지 않아 잃을 것도 별로 없다보니 미수금을 받아내기가 더 어렵다.

양도되는 경우에도 양도양수 단계서 양수자와 제대로 채무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골칫거리다.
또 다른 소매상은 “거래치과가 양도되는 과정서 양수자에게 채무가 넘어간 걸로 알았는데, 양수치과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미수를 해결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법적으로 계약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법원을 통해 지급명령을 받아내기까지 받은 스트레스와 낭비한 시간이 막대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금과 관련된 원칙을 사전에 문서나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확히 고지하고 수금상황을 더욱 철저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거래 시 원칙을 정해 신뢰할만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단계서 수금 관련된 사항을 제대로 명시하는 것도 추후 법적분쟁을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미수금에 대한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누군가에겐 귀찮은 정도의 미수 문제가 다른 누군가에겐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 을의 고충을 절감하는 업계와 기공계가 “미수금을 가볍게 보는 현 치과계 풍토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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