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 “횡령 비호세력 심판 호소” vs 김재성-최양근 “관리감독 소홀은 회장 책임”
일각선 “경기지부 회무 난맥상 공동책임자인 세 후보 모두 사퇴하는 게 마땅” 주장

경기도치과의사회가 제32대 회장선거 회장단후보 제3차 정견발표회를 지난 22일 부천서 개최했다. 이번 정견발표회는 경치회관과 구리서 열린 앞선 정견발표회에 이어 선거 전 마지막으로 각 후보의 정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발표회선 최근 불거진 ‘회계부정 의혹’이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진 후보의 기자회견과 김재성·최양근 후보의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미 한 차례 장외공방이 벌어진 직후여서인지, 발언들이 다소 감정적으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첫 포문은 정진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곽경호 부회장후보가 열었다. 곽 후보는 “여러 회계부정이 밝혀지고 있는 시점서, 과거 잘못된 점들을 깨끗이 파헤쳐 청산해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후보는 정진 후보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진 후보 또한 정견발표를 통해 다시 한 번 회계부정의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지난 2015년 지출결의서 자체오류와 2013년에 이중지급된 수당을 발견해 진상을 밝히려 했으나, 전·현직 임원의 반발과 비호가 심각해 한 발 물러섰다”며 “한두 가지 증거로 잡으려 들면 갖가지 핑계로 빠져나가, 잠복근무를 하는 심정으로 지난 1년 반 동안 차근차근 증거를 확보한 다음 외부감사를 의뢰해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지고 있던 엄청난 공금유용 정황을 입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연히 해고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임원들은 절차를 기다리라고만 하고, 경쟁 후보들 또한 감싸거나 외면하며 고발도 하지 말고 외부에 발설하지도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관행과 문제들을 청산하기 위해선 회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법이 허용하는 소급범위인 10년치 감사 시행 △사무국장 사법처리와 손실변재 △외부회계법인을 통한 회계투명성 확립 △각 분회에 회비납부 전산프로그램 무상배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재성 후보와 최양근 후보 측에선 오히려 회무 최종책임자인 정진 회장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묻고, 문제의 처리방법과 외부감사 시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성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정찬식 부회장후보는 “회무 최종결정권자는 정진 회장인데 왜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 바로잡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고 왔는지 의문”이라며 “다른 부조리에 연루되어 덮으려 나왔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성 후보 또한 정견발표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직원비리를 2015년 초에 발견했다면 2년 동안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발견즉시 시스템을 정비하고 직원을 교체하는 게 순서”라며 “알고도 일부러 건수를 부풀리려고 방치한 것이라면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부정을 인지하고도 방치해 피해 액수를 키운 장본인이 사태해결의 적임자라고 나서는 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자신이 잡겠다는 괴변”이라며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마땅히 회원에게 사죄하고 반성하고 자숙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양근 후보는 타 후보와 다르게 이번 의혹보다는 공약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정견발표 시간을 할애했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회계투명성 확보에 대한 공약을 설명하는 과정서 원론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는 “우리 회의 회계관리가 얼마나 구시대적이고 낡은 병폐였는지 최근에서야 알게 됐고, 이러한 낡은 회무가 회원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 느꼈다”며 “반드시 이런 낡은 회무를 개선하고 새로운 회무, 시대에 맞는 회무를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찬조연설에 나선 최유성 부회장후보는 작심한 듯 격앙된 어조로 정 후보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외부감사를 통해 사무국 직원의 횡령을 밝혀냈다며 사법기관에 고발하고 횡령금액을 되찾아오겠다고 외치고 있는데,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며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또 “임기동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놓고선 재무라인에 접근할 권한도 없고 이 같은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열심히 일만 해온 임원들을 횡령한 사무국 직원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말 감추려는 세력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방치해오다 말년에 외부감사를 핑계로 자랑스럽게 들춰낸 것인양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썰렁한 정견발표회장, 직선제임에도 회원 무관심은 심각
한편, 이날 정견발표회는 각 캠프 관계자를 제외하곤 일반 참가자가 거의 없는 썰렁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첫 직선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회원들이 준비된 자리를 대부분 채워주었던 첫 정견발표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여기엔 정견보다 정쟁이 부각되는 현 선거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정견발표회선 공약소개보단 ‘회비부정 의혹’을 둘러싼 후보 간 감정적인 네거티브 공세에만 방점이 찍히며 ‘회원들에게 각 후보의 공약과 회무철학을 알리는 자리’란 본래 취지를 무색케 했다.

또 다른 민생 공약보다도 회비인하 관련 공약이 주목받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도 수차례 언급되며 일종의 표퓰리즘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불어 매끄럽지 못한 정견발표회 진행과 성숙하지 못한 유세문화 또한 정견발표회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날 정견발표회선 회장 후보의 장점을 소개하고 지지 이유를 밝히는 취지로 마련된 찬조연설 시간이 상대 후보를 성토하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채워지는가 하면, 일부 후보는 회원들의 소중한 질의에 전혀 관련 없는 답변으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회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각선 세 후보 공동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세 후보 모두 현 집행부 출신인 만큼 경기지부 회무 난맥상에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부 회원들은 후보자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빌려 회계부정 의혹으로 혼탁해진 선거 분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부천분회의 한 회원은 “세 후보자는 모두 현 집행부의 회장, 부회장으로 현 집행부의 공과는 모든 후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0여일 남은 선거선 자중지란의 모습이 아닌 모든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올바른 직선제 선거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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