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협이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무법인 서정을 통해 의료법 개정에 대한 법적검토를 마쳤으며, 입법 파트너로는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긍정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엔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공론화에도 나섰다. 차곡차곡 필요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가장 민감한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치협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에 찬성하는지도 애매하다.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이 같은 치협의 애매한 스탠스는 이번 토론회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치위협은 치협에 토론패널 참여의사를 타진하며, 패널참여가 어렵다면 유관단체장 자격으로라도 참석해주길 바라는 의사도 정중히 전달했다. 하지만 치협은 패널참여를 거절했다. 토론회에도 일부 치협 사무국 직원들만 자리했을 뿐 최남섭 회장은커녕 관련 임원들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이번 토론회선 치위생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치과의사가 발제자 자격으로 '치과의사로서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 이외엔 치과의사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치협이 토론회 참석을 거부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토론패널로 참여해 내세울 의견이 없었을 수도 있고, 치위협이 짜놓은 판에 들러리 서는 게 불편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침묵을 계속 고수해선 안 된다. 의료인과 의료기사는 급여부터 다르다. 치과위생사가 의료인이 되면, 당장 처우나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지금도 많은 회원들이 치위협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치협은 3만 치과의사들을 대변하는 단체이자, 치과계 종사자들의 대표다. 치협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 이유다. 적극적인 반대로 회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든, 치과위생사 의료인 진입으로 회원들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을 설명하며 치위협에 힘을 실어주든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치위협이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게 꺼려졌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방법을 택하면 된다. 치협 주최로 이를 논의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하는 방법도 있고, 공식입장 발표나 보도자료 배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기관지에 실리는 장문의 '회장님 인터뷰' 중 한 꼭지만 할애해도 회원들의 답답함을 풀기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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