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의 가치는 환자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삶까지 영향

치과진료의 상담은 환자의 언어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상담자가 서비스의 기본 자질만 갖추고 있다면 이미 첫 관문에 들어섰다고 앞서 밝혔다. 오늘은 어설픈 연민의 무게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담을 하면서 환자는 임플란트를 심고 싶은데 돈이 없다거나 보철치료 필요성을 알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당장 급한 증상처치만 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다.

상담실장은 환자가 돈도 없어 보이고 치아에 대한 설명을 해도 잘 못 알아듣는다고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내가 보기에도 당장 고통을 피하기 위해 오직 발치만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환자가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당장 치료에 나서겠지만 상담을 잘한다고 치료에 동의할 것 같지도 않다. 상담실장은 환자가 치아에 관심이 없고 먹고 살기도 팍팍한 것 같다며 환자의 처지를 스스로 판단해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한다.

진료동의율 통계를 제시하며 회의를 하다보면 흔히 듣는 말이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상담의 능력여부는 통계로 나타난다. 담당자는 수치로 표시되는 능력을 인정하긴 쉽지 않으니 결국 환자가 동의하지 않는 핑계를 환자에게서 찾는다.

환자의 수많은 핑계들을 듣고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상 중요한 건, 구강건강의 가치는 지금 현재의 삶은 물론 미래의 삶까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할 때는 수많은 케이스를 매일 접하는 우리가 잘 설명해 주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첫 상담에서 치료계획 모두를 비용중심으로 설명하고 돈이 없어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잠깐 보여지는 행색이나 이해도로 선입견을 갖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치과치료 엄두가 안나니 우선 아픈 곳만 어떻게 해결해달라는 환자에게, 마치 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니 지금은 증상치료만 하고 나중에 치료하시라고 위해주는 척 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를 위하는 일은 치료해야 할 치아가 발견된 지금 치료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밥을 먹는 행위는 존재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며, 그 먹는 행위를 관장하는 치아의 역할은 결국 삶을 마주하는 태도부터 다르게 접근시킬 수 있다. 육신의 건강이 담보되어야 그 다음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소비에 나설 때 냉장고를 살 것인지 치과치료를 먼저 받아야 할 것인지 물으면 대부분은 냉장고를 먼저 사야한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치과에서 일을 하는 우리는 적어도 치아치료가 더 먼저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 게 옳다.

나 역시 경제적으로 힘들 때는 이래저래 미루는 소비들이 많으니 환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연민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진료가 늦어지므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안일하게 넘어가는 시간이 지속되어 더 엉망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하자고 설득하라는 게 아니다. 환자의 다양한 핑계요소들을 뛰어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핑계의 이유도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 단순히 돈이 없어 진료를 유보하는 것인지, 우리의 의료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검토할 일이다.

돈이 없다는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 힘들다는 연민이 오히려 환자에게 좀 나중에 받아도 되는 진료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정말 급한 진료였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겠지만, 그러라고 허락했으니 좀 더 있다가 치료해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간혹 악화되어 내원한 환자에게 그때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다는 원성을 듣기도 한다.

치과에서 근무하는 우리가 환자에게 그러한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돈이 없을 수 있지만 돈이 생겼을 경우 다른 소비를 하기 전 치과진료가 제일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당장의 증상처치나 보험진료를 진행하면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더 진행되어야 할 진료를 주기적으로 고지해 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겐 있다. 지속적인 관리여부까지 따져 진료동의를 끌어내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면 첫 상담 이후 몇 개월 이후 내원하는 경우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원을 독려하고 안부를 물어 환자가 지금 필요한 진료를 시급하게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환자를 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저작권자 © 덴탈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