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구성원 간 인사하고 단정한 용모는 좋은 소통을 위한 출발점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이라는 그림이다. 보는 사람의 철학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니 좋다. 단순히 보는 시점에 따라서만 다른 게 아니라 변화무쌍한 감정에 따라서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감정에 따라 해석을 달리 갖다 붙여도 그럴싸한 감상평을 내놓을 수 있어 더욱 좋다. 때로는 깊이 생각하게도 하고 또 때로는 그저 스쳐지나가도 머리에 남을만큼 자극적이어서 좋기도 하다. 많은 그림을 봐도 스쳐 지나가 무엇을 보았는지 내 기억장치에 남아 있지 않을 때 찾아오는 허망함을 느끼지 않아도 좋으니 여러모로 이 그림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 속 연인은 서로를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말도 눈빛도 필요 없는 절실함보다는 답답하다. 서로에게 향해 있으면서 서로를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말을 하는데 해석이 다른 벽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함께 서로를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와는 반대로 서로를 부정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이 필요 없는, 오직 느낌만으로 충분한 절실함이라고 해도 되지만 사랑이 어찌 그것으로 오래 지속될까? 잠시 휘몰아치는 광기에 사로잡히듯 서로를 갈망하는 그 짧은 시간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휘장이 둘러진 사랑이 지속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물며 연인도 이러할진대 경영자와 직원, 직원과 직원, 원장과 원장은 필요에 의해 맺어진 계약관계다. 서로 자신의 휘장을 두른 채 상대가 알아서 해주길 바란다면 어떻게 될까. 또 눈과 귀를 닫고 소통하기를 두려워한다면 치과가 제대로 돌아갈까. 혹여 뭐라고 말이라도 하면 그만둔다고 할 것 같아 제대로 말도 못 붙이면 어떨까.

“정말 왜 저렇게 일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말하기도 싫다” “아무리 얘기해도 변하지 않는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다” “언제나 기분 내키는 대로지 뭐”

원장이 직원 눈치를 살피며 일을 해야 한다고 하소연 하면 출근 하는 게 행복할 수 없다. 직원도 원장 눈치 살피는 게 제일 큰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구성원 간 인사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며 안부를 묻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원장의 출근에도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는 직원에게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인사해도 안 받으신다’고 답하기 일쑤다.

또한 매일 보는데 매번 인사하는 게 쑥스럽다고 답하기도 한다. 직원들 사이서도 인사를 잘 주고받지 않는 사람은 환자한테도 인사를 잘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사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사소함의 차이가 바로 의료서비스 차이의 시작이다. 결국 서비스는 몸에 배이는 습관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옳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말투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친절한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직원에겐 주의를 주는 게 맞다. 인사는 상호작용이므로 인사를 누가 먼저 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먼저 본 사람이 하면 된다. 원장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쑥스럽다는 이유로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하지 않고 들릴까 말까 인사하는 것을 ‘저 친구는 원래 소극적’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그 직원은 언제나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용모가 단정하지 않는 직원에게도 주의를 주는 게 맞다. 지각을 하거나 아프다는 핑계로 늦게 출근하거나 자주 병가를 내는 직원도 진료확인서로 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넘기다 보면 어느새 원칙은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좋은 소통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괜히 들쑤셔 분란을 일으키기 싫다고 회피하는 순간 이미 조직의 기강은 무너져 잘하는 직원들마저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장도 마찬가지다. 일관성이 없는 지시나 기분에 따라 진료 분위기를 흔들어 놓는 원장도 좋은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이 경우 직원은 ‘괜히 얘기 꺼냈다가 찍히기 싫다’고 회피하고, 직원이 회피하는 순간 일의 보람은 사라진다.

치과 구성원들 숫자만큼 소통의 문제도 비례하기 마련이다. 좋은 소통은 서로를 바라보고 한 방향으로 길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의 휘장을 둘러쓰고 서로의 탓으로 소통의 벽을 만들어선 곤란하다.

치과에서 좋은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변화를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대화가 일방통행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휘장을 걷어내고 서로를 바라보고 소통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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