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고 서비스 자질이 넘칠 때 환자의 언어 들리기 시작

사람들은 묻는다. 상담을 잘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노하우가 뭔지 족집게처럼 집어 달라고 질문한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이기에 상담관련 세미나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많은 세미나를 들어봐도 비슷한 이야기만 한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공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광범위하고 막연한 말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으니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선생님께 시험문제 답안지를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나마 답이 정해져 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해답을 정의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 자체도 뜬구름 잡기일지 모르겠다. 상담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할 테니 말이다.

영화 <서프러제트(Suffragette)>를 보면 정보경찰이 선거투표권을 요구하며 온건저항서 무력투쟁으로 기조를 바꾼 여성 주인공을 검거, 취조하며 묻는다. 경찰은 “왜 무력저항을 하느냐, 폭력으론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주인공은 “폭력이 그들(정부)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답변한다. 폭력 없는 저항은 이해 못하고 폭력으로 저항해야만 관심이라도 가져주는 남자들의 정부에 일갈을 가하는 장면이다.

상담이란 내가 아닌 타인에게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나의 언어로 친절하게 설명했다고 해도 타인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면 잘하는 상담이라고 할 수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상담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환자가 이해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환자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치과는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비급여진료 할인을 경험한 환자에게 우리 병원은 원장님의 실력이 출중하여 할인은 어렵다고 하면 이해할까. 치과 진료의 차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치과는 잘 선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생한다고 상담해봤자 먹힐까. 환자가 주부이거나 40대 남자이거나 혹은 칠순이 넘은 어르신이거나 같은 언어로 설명을 반복하는 걸 상담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임플란트 상담을 받고자 왔다는 환자에게 우리 원장님은 충치치료를 잘 한다고 얘기하면 어떨까. 잇몸에서 피가 난다고 내원한 분에게 충치의 개수를 알려주고 전체 치료비용을 상담하면 그게 상담일까. 구강내 전체 치료계획을 세웠다 해도 환자의 욕구가 증상처치에 집중되어 있다면 먼저 증상처치에 대한 설명과 치료를 하면서 나머지 진료에 대한 필요가 절실함을 인식시켜주는 게 먼저다.

그 과정서 환자가 생각하는 치과치료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파악하고 환자에게 맞는 설명방식을 찾아야 한다. 결국 다양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환자의 언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구강 상태만 살펴봐도 환자의 치과치료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엉킨 실타래를 풀 때 성질대로 흩어 놓으면 실마리를 찾기는 어렵다. 하나의 줄을 따라가면서 하나씩 이음새를 풀어 가다보면 실마리가 나타나는 경우와 같이 상담도 마찬가지다.

가장 심각한 문제부터 하나씩 진료하며 소통을 하다보면 환자는 많은 정보를 들어내기 마련이다. 그 정보를 토대로 환자의 언어를 찾아 상담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진료를 받지 못하는 저항요소들을 하나씩 해소해주고 치과치료가 삶에 끼치는 요소를 제공해주는 게 중요하다. 모든 진료저항 요소들이 비용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 비용에 매몰되어 비용에 대한 설명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해진 수가에서 얼마 할인해드릴 수 있다는 설명정도는 1년차도 할 수 있는 상담이다.

혹자는 상담시 환자의 언어를 찾으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학공식처럼 딱 정해진 언어는 없다. 다만 대화법 3원칙이든지, 상황별 응대 포인트라든지, 전화응대 4단계든지 이런 것으로 상담의 법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자가 내원하면 바로 일어나 밝은 목소리와 미소로 인사하며 눈을 맞추고, 어디가 불편하신지 묻는 그 무수한 반복을 자신의 감정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관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설명하지 않아도 환자의 언어를 찾는 첫 관문에 들어선 것이다.

몸에 배인 서비스가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고, 인사하지 않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때 환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자질이 있어야 귀가 열린다. 귀가 열려야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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