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합헌판결로 언론사·교육기관 종사자도 대상
교수 강의료나 골프·식사 등 접대문화 변화 불가피
치과전문지 기자 ‘촌지’ 지급하는 관행도 사라질 듯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으로 알려져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지난달 28일 합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 법원, 정부 등에 소속된 공직자와 언론사 종사자, 사립학교 교원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됐다. 오는 9월 28일부터 법이 시행되면 이들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을 넘는 금액의 식사 접대를 받을 수 없다. 5만원을 초과한 선물과 10만원을 넘는 경조사비도 받을 수 없다. 식사비(주류, 음료 포함)는 전체 식사비를 인원수로 나눠 계산하며, 경조사비에는 축의금·조의금, 화환·조화 등이 포함된다.

또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연 상한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1회 100만원 이하라도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태료는 수수금품의 2~5배로 책정된다.

이와 함께 외부 강의료 상한액도 정해져 있다. 장관급 공무원은 50만원, 차관급은 40만원, 4급 이상은 30만원, 5급 이하는 20만원 등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이 한도다.

치과계선 업계와 공직(교수), 그리고 치과계 전문언론이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치과계서 업체가 주최하는 학술행사서 강연료 명목으로 지급되는 대가는 시간당 적게는 20~30만원, 많게는 1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보통 시간당 50만원 내외가 적정선으로 받아들여진다. 1~2시간짜리 강연을 맡을 경우 1회 100만원을 넘지 않지만, 실습을 포함해 2시간 이상 진행되는 연수회는 1회 100만원 이상의 강연료가 책정될 때도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공립대학 교수의 경우 공직자 신분으로 강의시간에 상관없이 1회 최대 50만원, 사립대학 교수는 최대 100만원이 상한이다. 업체 주최 세미나서 연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고민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연중 학술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아무래도 강의료 상한이 정해져 있는 공직보다는 개원의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재편될 것”이라면서도, “학술행사의 성격에 따라 임상적인 측면보다 학술적인 측면이 부각되거나 특정 교수의 강의가 필요할 때도 있어 자체적으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업체서 임상시험, 구매결정 등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몇몇 교수들을 대상으로 관행적으로 행해온 ‘접대문화’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식사, 선물, 경조사비 모두 상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이를 준수하는 수준으로 접대 수준이 재조정될 공산이 크다. 고가의 술 접대나 골프 접대는 시나브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각종 행사나 기자간담회서 참석한 치과계 전문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지급됐던 ‘거마비((車馬費)’ 관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거마비는 일반적으로 지방서 개최되는 행사 또는 평일 저녁, 주말에 열리는 학술행사 취재나 기자간담회서 주최 측이 기자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선물을 의미한다. 보통 실비 수준에서 책정되지만 김영란법이 상한으로 정한 선물의 범위를 넘어설 때도 적지 않다. 또 행사 후 저녁식사 자리와 이어지는 술자리까지 포함하면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어서는 식사 대접이 이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거마비나 식사대접을 받은 기자가 해당 행사나 사안에 대해 객관성을 유지하긴 쉽지 않다. 때론 이로 인해 건전한 비판이 필요한 부분을 외면하거나,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주최 측 입장을 한 번 더 고려하게 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그간 많은 기자들이 거마비에 일종의 부채의식을 느껴왔다. ‘김영란법’은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헌재는 ‘김영란법’ 합헌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 없었다”며 “여론 형성과 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 종사자와 공동체의 문화와 가치관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종사자들에게도 공직자와 같이 금품 수수나 부정청탁을 금지하도록 규정한다는 취지”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젠 그 선을 넘어서면 ‘불법’이다. 한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미리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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