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모 의사 조사 스트레스로 자살해 논란
환자 앞 모멸감 주는 조사방식 개선 목소리

최근 보건당국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환자 앞에서 모멸감을 주거나 의료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현행 현지조사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은 채 악습으로 이어져왔다. 이 같은 상황서 최근 안산의 모 의사가 강압적인 현지조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다시 논란이 야기됐다.

해당 의사는 지난 5월 비급여를 급여로 청구했다는 이유로 사전 예고도 없이 현지조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사단은 기획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침을 무시한 채 해당 의사를 범법자 취급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심리적인 압박감과 모멸감이 해당 의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 것. 메디컬선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행정살인’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지조사 행태는 치과계서도 오래 전부터 악습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다.

최근 현지조사를 겪은 한 개원의는 “엄연한 진료시간에 갑자기 찾아와 환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범죄자 다루듯 서류를 요구하거나 사진을 찍고 강압적인 질문을 하는 등의 현행 조사방식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이를 목격한 환자들이 우리 치과서 믿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소나 기획조사단의 현지조사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개원의라면 대부분 공감할 만한 사례다. 이 같은 조사방식으로 개원의가 느끼는 스트레스도 심각하지만, 현지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환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크게 다가온다. 현지조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지더라도 억울하게 발생한 이 같은 무형의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 일선 치과 입장에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련 지침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조사나 실사 시 ‘요양기관의 진료에 지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지침은 있으나 마나한 조항에 불과할 뿐이다. 지침을 위반한 조사관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도 없다. 조사를 받는 입장에선 법적으로 대응하고자 해도 자칫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감수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와 함께 원칙 없는 심사기준과 초기 삭감 등의 조치 없이 바로 현지조사로 이어지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해당 항목에 대해 비급여를 급여로 33개월이나 잘못 청구했지만, 그 기간 동안 청구액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심평원 심사과정서 초기에 삭감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면 해당 의사도 잘못된 사항을 인지하고 문제를 바로잡았겠지만, 이 같은 과정도 생략된 채 바로 현지조사로 이어져 비극을 야기했다.

더불어 삭감 이후 진료비 환급과정에서 환자에게 발송되는 문구도 여러 개원의들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심평원은 현재 잘못 청구된 부분에 대한 삭감 이후 환자에게 ‘○○치과가 과당·허위 청구한 부분에 대해 심평원이 바로잡고 과도하게 납부한 진료비를 되돌려드립니다’는 식의 문구와 함께 진료비를 환급하고 있다. 심사과정의 실수이거나 이의신청으로 추후 결과가 바뀌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치과 입장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청구 분을 바로잡고 건강보험 재정을 보전하려는 보건당국의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선 이미 오래 전부터 분명한 문제점들이 드러나 있다. 모두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에 의협은 지난 26일 보건당국에 현지조사와 심사제도 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엔 현지조사에 대해선 △사전통보 의무화 △조사 대상 자료 구체화 △지침 위반 시 제재 규정 마련 등을, 심사제도와 관련해선 △심사기준 공개 등 심사 투명화 △심사 소급적용 배제 △심사기준 변경에 대한 적정 계도기간 설정 등을 담았다.

이에 복지부선 ‘의료기관 현지조사·확인 제도’에 대한 개선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개선될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진 못했다.

일선 치과에서도 국민구강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량한 회원들이 이 같은 폐해로 인한 피해에 꾸준히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에게만 맡겨둬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제도적 허점들을 보완해 회원들이 마음놓고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치과계도 여타 의료인단체와 공조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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