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믿고 있던 복지부에 연신 발등이 찍히는 모양새다. 이번엔 복지부가 신설과목 ‘통합치의학과’ 명칭을 ‘가정치의학과’로 변경하자고 나선 것. 입법예고 과정서 다수 신설과목 대신 ‘통합치의학과’ 하나만 일단 신설하자고 뒤통수를 친 것도 모자라, 아예 이번 입법예고안이 3년 전 ‘(가칭)가정치의전문의 신설을 통한 다수개방안’과 다름없음을 시인하고 나선 셈이다. ‘(가칭)가정치의전문의 신설을 통한 다수개방안’은 3년 전 당시 담당부회장이었던 최남섭 회장이 밀어붙이다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안이다.

안 그래도 입법예고안에 대해 회원들의 반대가 심한데 복지부가 본색까지 드러냈으니, 치협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질 수밖에. 이에 치협은 반대의견을 내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여는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보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 전문의제 입법예고 과정서 보여준 복지부의 막무가내와 이에 휘둘리기만 해온 현 치협 집행부의 ‘전적’을 감안할 때, 치협의 반대의견이 복지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라면 미수련자들은 ‘가정치의학과’를 선택하는 것밖에 답이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보여준 치협의 스탠스는 다소 당황스럽다. 치협은 복지부가 전문과목 신설이나 전문과목 명칭 변경을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치과계 몇몇 인물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치협이 몇몇 개인보다도 복지부에 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모습을 회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스로에 대한 치열한 반성 없이 치과의사 전문의제 파탄의 책임을 일부 회원이나 단체에만 전가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치협은 치과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여러 치과계 구성원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회원들의 입장을 대변해 복지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할 당사자다. 내부 수습은 안 되고 복지부와의 협상에서도 계속 끌려가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으면서, 복지부가 온전한 협상의 주체로 봐주기만 기대해선 안 된다.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사안을 바라보고, 치과계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길 기다리기보단 어떻게든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는 것이 사태해결을 위한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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