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경향심사로 부당한 삭감 민원 갈수록 늘어
개인의 이의신청·행정소송만으론 악순환 끊기 어려워
치협·지부 차원 적극적인 대처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

최근 심평원이 직원 업무성과지표에 진료비 심사조정건수와 금액을 포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는 국회 업무보고에서까지 다뤄지며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22일 심평원 업무보고서 “심평원이 2014년부터 경영평가에 건강보험 재정절감 지표를 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성과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요양급여비용을 정확히 심사하고 그 적정성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할 심평원이 성과평가에 재정절감 항목을 넣어 의료기관으로부터 불신을 샀다”며 “성과평가 때문에 점수를 잘 받으려고 공정한 심사가 아닌 삭감을 위한 심사를 한다면 심평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그동안 ‘얼마나 잘 심사했느냐’가 아니라 ‘삭감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심평원 직원의 성과평가 결과가 달라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상 치과계서도 심평원의 일관성 없는 심사기준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개원의들이 많다. 과도한 삭감이 이뤄지는가 하면, 같은 항목이 어떤 때는 인정이 되고 다른 때는 삭감이 되는 케이스가 적지 않았던 것. 일부 치의들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부 건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다른 건에 대한 심평원의 널뛰기 심사경향은 여전하고, 승소한 개원의는 보복성 표적심사에 시달리기도 한다.

박은기 원장(성심치과)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박 원장은 그간 심평원의 부당한 삭감에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다. 오랜 노력 끝에 심평원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삭감 처분 등에 대한 취소청구’ 행정소송을 두 차례 제기해 지난해 모두 승소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승소확정 판결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심평원의 심사경향은 여전했고, 오히려 박 원장을 향한 삭감은 더욱 집요해졌다. 본인부담금 환급금을 발생시켜 환자와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매월 청구 분에 대해 무리한 일정으로 막대한 양의 보완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청구부담을 늘리기도 했다. 이에 박 원장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견디다 못한 박 원장은 지난 27일 심평원 서울지원에 방문해 심평원의 부당한 행정 처리와 보복성 표적심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7일 심평원 서울지원을 항의방문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박은기 원장(좌측)의 모습.

박 원장은 “심평원에 대한 행정소송 승소 이후, 심평원의 표적심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받은 삭감처분 취소 판결에 따른 진료비 반환조차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잘못된 심사결과에 대해 심사담당자들이 책임지고, 원칙 없는 심사기준을 바로잡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며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비보험치료보다 보험치료에 충실해온 선량한 개원의들이 진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치과위생사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심사담당자들과 일부 자격미달인 자문위원들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입는 현행 요양급여 심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원 원장(창원 삼성치과) 또한 심평원 창원지원의 부당한 삭감을 참지 못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케이스다.

2009년 시행한 GTR 2건에 대한 행정소송으로, 1심에선 패소했지만 2심에선 승소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원장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건 단순히 삭감 금액 때문은 아니다. 2건을 합쳐도 총 삭감액은 60여만원에 불과하다. 삭감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어지는 과정서 심평원 창원지원이 보여준 이해하기 어려운 심사기준과 대응방식이 이 원장을 소송으로 이끈 것.

이 원장은 “처음엔 GTR을 시행한 케이스에 대해 치주낭이 너무 깊고 커 발치를 해야 하는 케이스이기 때문에 GTR을 적용한 것을 문제 삼다가, 나중에 환자 예후가 좋다는 사실에 대답이 궁색해지자 일반적인 처치만으로도 해결이 되는 케이스이기 때문에 삭감했다고 말이 바뀌었다”며 “심사기준 적용에 일관성이 전혀 없고, 그저 심사오류를 덮기에만 급급해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소송배경을 설명했다.

또 “삭감 이후 환자에게 발송되는 문구도 개원의 입장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싸워왔지만 개원의 한 명의 힘만으론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가 어려웠다”며 치협과 치과계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호소했다.

청구분에 대한 삭감 이후 심평원은 환자에게 ‘○○치과가 과당·허위 청구한 부분에 대해 심평원이 바로잡고 과도하게 납부한 진료비를 되돌려드립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진료비를 환급해, 이를 치과의 일방적인 잘못으로만 몰아가며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심사과정의 실수이거나 이의신청으로 추후 결과가 바뀌어도 이를 바로잡아주진 않는다. 치과 입장선 억울하게 해당 환자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결과로 돌아오는 것.

이에 치협과 지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각급 보험위 차원서 학회와 연계해 기준이 제각각인 청구항목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반박하기 힘든 임상적 근거를 마련해, 정확한 요양급여 심사기준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불합리한 행정처리로 인해 회원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치과계의 단합된 목소리와 적극적인 개선노력이 절실하다는 호소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개원의는 “진료하기도 바쁜 대다수 개원의들이 잘못 삭감된 무수한 건에 대해 일일이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러한 불합리한 행정에 ‘치과의사’의 이름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 치협이나 지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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