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시각이 정답이라는 사소한 진리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다. 타인을 바라볼 때 우리는 흔히 ‘저 사람 왜 저래, 이해하기 힘들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경험과 상식은 옳고 타인은 틀린 것처럼 얘기한다. 묻고 싶다. 누가 당신의 기준이 옳다고 정해주었는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은 내가 바라보는 관점, 마인드, 주관적 견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결국 내가 바라보는 경험적 기준으로 타인의 행동을 판단한다. 내 마음의 창 크기에 따라 타인의 대한 이해의 폭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직원들은 이직사유의 많은 부분이 나랑 맞지 않아서 조직 속 인간관계가 힘들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내가 변하지 않고 상대의 변화를 바라는 관점서 비롯된다.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하면 마음 또한 온갖 편견 속에 자신의 기준만을 들이댈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화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식사를 하러 나간 스텝이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안 받았다. 환자들은 대기실 가득 앉아있다. 데스크 실장은 안절부절 못하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그때 점심 먹으러 나갔던 스텝들의 웃음소리, 한손에는 브랜드 커피 한잔씩을 들고 나타난다.

“전화는 폼으로 가지고 다니느냐, 시간이 몇 시인데, 이제 들어오느냐”며 실장의 날카로운 독설이 정곡을 찌른다. 환자가 많은 것에 놀라 가뜩이나 미안한데, 환자들 앞에서 한소리 들으니 스텝들도 기분이 안 좋았겠지만 ‘죄송합니다, 빨리 준비 할게요’하고 들어가면 그것으로 정리되는 문제였다.

“우리가 늦고 싶어 늦은 게 아니다, 점심시간 시작 이후 나가 겨우 밥만 먹고 들어 온 건데…” 직원들끼리 하지 안 해도 될 소리를 던진다. 그러다보니 실장 또한 그냥 못 넘어가고 응전에 나선다.

‘뭐야 지금 니들이 잘 했다는 거야, 환자분들 기다리시는데 일찍 들어와 준비를 하는 게 맞는 게 아니냐”고.

이에 질세라 직원들도 한마디 더 던진다.

‘우리가 뭐 그리 잘못했느냐 오전 진료 늦게 끝나 겨우 김밥 한줄 먹고 왔는데…’라고.

실장은 ‘손에 들고 있는 커피는 뭐냐’고 더 이상 말대꾸 하지 말라는 의미로 강한 어투로 꾸짖는다.

이미 대기실에 앉아있는 고객은 안중에도 없고 시작된 논쟁은 언성마저 높아진 상태다. 감정으로 촉발된 언쟁은 도를 지나쳐 이제 지나간 일들까지 들추어내더니 급기야는 실장 입에서  ‘그러려면 때려 치워라’는 얘기가 나오고, 직원은 ‘내가 왜 그만두냐’고 한바탕 수준 이하의 말들이 오가며 소란스럽다. 겨우 원장의 제지로 조용해졌지만 오후 진료가 제대로 이어지기는 만무하다. 당사자들은 한 사람은 직원실 또 한 사람은 소독실로 들어가 분에 못 이겨 울기 바쁘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배려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실장이라고 나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겠는가. 점심시간까지 데스크 지키고 있는 심정을 직원들이 몰라주니 조금은 섭섭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리 오전진료가 늦어졌으니 원내서 간단하게 해결하자고 제안을 못하고 혼자서 안절부절 못한 억울함을 스텝들에게 풀어놓았는지도 아쉽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원장이 오전진료 늦게 끝낸 죄인이 돼버렸다.

스텝들이 도덕적 해이로 늦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오전진료가 조금 늦게 끝났어도 잠시라도 치과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나가 먹고 싶었던 마음일 것이고, 나름대로는 빨리 먹으려고 김밥을 시켰고, 커피한잔으로 오후진료 동력을 삼으려고 포장해서 들고 왔을 것이다.

실장도 무작정 직원들을 혼내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치과에서 함께 생활해온 시간이 일반 직원들보다 길다보니 점심시간을 넘겨 들어오는 직원들이 얄미웠을 수도 있다. 아니면 직원들 대신 간단히 점심해결하고 데스크 지킨 실장 입장에선 밥 먹고 자신들 커피만 테이크 아웃 해온 모습에 조금 섭섭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내가 옳고 타인이 틀렸다고 비난하기 앞서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쉽게 이해될 게,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사직서를 내기 전에 동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 조직에 맞지 않는데 나를 좋게만 봐줄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조직생활을 잘 하려면 먼저 내 마음의 창의 크기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위 사례처럼 사안에 따라 헷갈릴 때는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때로는 고객의 시각이 정답이다’라는 아주 사소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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