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 시술에 대한 적법성 여부는 결국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기소된 치과의사들은 안타깝게도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벌금형 선고 받은 피고들 아니 치과계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이제 보톡스 싸움은 일부 치과의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영역 분쟁으로 판이 커진 상태다. 그럼에도 치과계는 법률심으로 진행되는 대법원 상고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달 19일 대법원 공개변론 이후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이부규 교수의 합리적이고도 타당한 진술로 조금이나마 승소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당시 공개변론을 참관했던 대다수 치과계 인사들은 1심과 2심서 이렇게 대응했다면 허무하게 패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아쉬워했다. 원심과 항소심서 패한 사건이 상고심서 뒤집어지는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내려놓을 순 없다. 하지만 공개변론 이후 치협의 움직임엔 괄목할만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의협은 추무진 회장이 직접 나서 진료영역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여론몰이에 돌입했다. 이 같은 의협의 반격이 공개변론 이후 불안감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협의 대응은 너무나 느긋하게만 느껴진다. 지난 달 19일 공개변론일 최남섭 회장은 갑작스러운 전문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 김종열 비대위원장을 배석시키려다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열 위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으면 그림이야 좋았겠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 공개변론 당일 들러리 배석 요청을 받아들이기 쉽진 않았을 것이다.

당시 공개변론에는 김종열 비대위원장 말고도 많은 치과계 인사들이 참관을 위해 대법원에 집결했다. 이 중에는 구강내과학회 서봉직 회장 등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공개변론 이후 치협에선 김종열 위원장 등 참관인들을 살피지 않아 구강내과학회 장영준 대외협력위원장이 챙겼다.

이 자리서 장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성금 1천만원을 쾌척했다. 그러나 이후 치협은 사무처 직원을 시켜 개인이 낸 성금을 학회이름으로 기탁한 것처럼 조율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는 짐작컨대 성금을 기탁한 장영준 위원장이 지난 1월 최남섭 회장의 독선을 비판하며 치협 수석부회장 직을 사퇴한 까닭에서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

소식을 접한 구강내과학회 관계자들은 ‘개인성금을 학회이름으로 내라니, 기가 막힌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성금을 내면 더 감사한 일이지 결코 쉬쉬할 일은 아니라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보여지는 쇼잉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정작 중요한 것은 내용인데 말이다. 회무는 하는 척보다 실제 일을 얼마나 하느냐에 공과가 정해진다.

이제부터라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벌이는 대국민 여론전은 최남섭 회장이 직접 챙길 것을 기대해 본다. 이 싸움은 개인의 송사가 아니라 진료영역 분쟁의 서막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덴탈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