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식당에 가거나 물건을 구매 할 때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오래 전 뉴욕 소호거리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음식을 주문했는데, 도대체가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은 1시간이나 지나서 나왔다. 한국이었다면 기다리지 못하고 몇 번이라도 확인했을 것이다.

음식 주문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왜 이렇게 늦는지, 그러나 그곳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누구도 불러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나 또한 두리번거리기는 했지만 종업원을 불러 따지지는 않았다. 안되는 언어로 이의를 제기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했거니와, 주변 누구도 그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선뜻 이의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돈을 내고 밥을 먹는다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맛으로 밥을 달라고 소리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치과는 단순히 치과의사 한사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직원, 기공소, 재료상 등 수많은 거래처, 고객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고객들은 왜 빨리 안되냐고, 믿을수가 없다고, 싸게 해달라고, 내가 왜 기다려야 하냐고, 예약시간을 정확히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고, 왜 말이 틀리냐고, 치료했는데 왜 아프냐고, 깎아 달라고,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왜 다른 치과와 가격차이가 많이 나냐고, 왜 완성하지도 않고 비용얘기 하냐고 등 수없이 많은 불평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불평에 직면할 때 우리는 흔히 진상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요즘 고객들 너무 힘들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러면서 치과에선 기공소에 약속도 잡지 않고 지금 당장 들어와 달라고, 좀 빨리 만들어 달라고, 왜 안 맞냐고, 결제는 다음에 해주겠다고, 일반적이지 않느냐고, 다른 곳이 더 기공수가가 싸다고, 진상을 떨어도 나니까 괜찮다고. 옳은 것일까.

직원들은 오늘까지만 나오겠다고, 내가 왜 날 기분 나쁘게 하는데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잘못했다 하더라도 일은 했으니까 돈은 달라고, 앞으로 계속 일할 곳도 아닌데 왜 마무리를 잘해야 하냐고 하면서 치과원장들은 사람을 무시한다고 인간으로서 존중도 안 해준다고 한다. 왜 이런 문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라의 인사문제가 거론될 때 내 도덕적 잣대는 칼날이 되면서 나에겐 솜방망이 잣대, 왜 나에게만은 관대할까.

공인을 판단하는 잣대가 달라야 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시정되어야 할 것은 시정되어야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

환자 앞에서 스텝을 마구 혼내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는 건 때려죽이고 심폐소생술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고객이 의사에 대한 존중을 바란다면 끝없이 연구하는 노력과, 구강건강의 가치를 주고자 하는 열정과, 진실로 아픔에 대한 연민의 눈으로 환자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제대로 일해주길 바란다면 동등한 주인으로서 존중과 배려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줘야 하는 것이고, 의사가 스텝으로서 함께 해야 하는 동료로 인정해주길 바란다면 진실로 경영비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존재로 있어야 한다.

거래처와도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켜주고,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관계란 비용이 주어지는 것이지 일방적인 배려나 희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비도 필요하고 재료도 필요하다. 직원도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 기공도 보내야 하고, 일감을 받아야 먹고 산다. 고객이 와야 치과가 먹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 교수 오구마 에이지의 <사회를 바꾸려면>이란 책을 보면 사회를 바꾸려면 참여해야 한다고 일침한다. 개개인의 참여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지. 알아서 좋은 사회가 되지는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고객의 needs를 반영해 고객의 모든 진상은 다 받아줘야 치과가 잘 된다면서 스스로 진상을 피우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요즈음 직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해'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치과계에 어떤 문화가 바람직한지 나부터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좋은 문화는 그냥 형성되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에서 좋은 직원이 나고, 좋은 직원이 있는 곳에 존중과 배려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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