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이력서만이라도 구경하고 싶은 시골치과 현실

원장한테 혼났다고 장승처럼 서슬 퍼렇게 바라보고 서있어도 좋으니 제발 직원 좀 보내주십시오. 바닷가재는 아니더라도 신선한 채소와 풍부한 먹거리로 바비큐파티도 하고, 맛집 찾아다니며 회식도 할 수 있으니 제발 이력서라도 구경하고 싶습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유명한 쉐프의 빵집은 없어도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파리바게트 정도는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없어도 백다방 커피도 있고 필요하면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라도 살 수 있으니 제발 스켈링 보험청구 할 수 있는 치과위생사 좀 보내주세요.

꽃미남은 없어도 꽃중년도 있고 꽃할배도 있습니다. 영화관은 없어도 내원하는 모든 환자들이 영화처럼 사연 많은 사람들 천지이고, 가끔은 치정에 얽힌 재미난 싸움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실장이 좌지우지 하지 않고 용모검사 철저히 하지도 않고 우아하게 웃거나 인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리 말이 없는 사람이라도 할머니 할배들이 워낙 말씀이 많으셔서 대답만 해주어도 벅차게 될 테니 따로 서비스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제발 사람 좀 보내주십시오. 구인광고는 365일째이고 그리 적지않은 연봉도 대기 중입니다. 오버타임하지 않아도 어두워지면 발길이 끊기고 따로 연차내지 않아도 농번기 되면 자동 휴가입니다. 가끔은 직원 한명과 일할 때도 있어, 그 직원 아프기라도 할까봐 보약이라도 먹여야 하나 고민합니다. 점심시간 함께 사귀는 남친 얘기 들으며 왁자지껄 웃으면서 밥 먹고 싶습니다. 제발 옆에서 석션 잡아주는 직원 한 두 명만 보내주십시오.

이런 저의 소망이 욕심입니까?

삐져도 좋고 실수를 해도 좋습니다. 스켈링만이라도 할수 있는 직원이 절실합니다. 치위생과가 있는 대학이 엄청 많다던데 그 많은 졸업생 선생님들은 어디에 계신 겁니까? 지각하는 직원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치과 문을 열기도 전에 새벽같이 나와 기다리시는 할머니들 얼굴 보면 지각하는 문제는 바로 해결됩니다.

마카롱이나 케익 같은 간식은 없어도 쑥 개떡이나 곶감이나 오이 같은 간식은 넘쳐나니 조금 부실한 직원도 좋습니다. 금새 건강해질 테니까요. 때로는 산 닭을 목잡아 가져오시는 분도 계셔서 저녁을 토종백숙으로 먹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가족같은 치과 좋지 않습니까? 연봉과 연차를 대기해 놓고, 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마련해 놓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이력서 좀 구경하게 해주세요. 치과위생사 면접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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